Solipsism

유아론唯我論

by 하루키

제법 매섭게 빛살이 사방에서 내리꽃는다. 나의 어둠(심연)은 <점> 또 하나의 우주. 우주에 뛰어든 나는 한없이 떠오르고 점은 한없이 커지고 커져 데칼코마니 된 대칭우주의 또 다른 나. 이곳의 내가 살인을 저지르면 대칭의 나는 살인을 끝내고 끝내고.



나는 주머니 속 거울을 꺼내 거울을 봤다. 순간 전화가 울렸다. 알람이 울렸다. 하지만 깜빡이는 불빛.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거울 속 대칭된 내가 나를 보고 다시 그 안의 눈동자, <점>은 우주가 되고 우주는 다시 <점>이 되어 전화가 울리면, 알람이 울리면. 대칭은 동공의 검은 파도에 잠긴다 잠긴다.



전화가 울린다. 알람이 울린다. 구분되지 않는 점멸에 정신을 차리니 나는 거울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을 든 손의 엄지 손가락은 검지 손가락의 손톱 밑을 파고들어 피를 내고 있는다. 피는, 빨강은 점점 퍼지고 퍼져 어느새 색이 바래 어두워지고 어둠 속 망망대해 속 혼자임을 깨닫게 된다. 알게 된다.



다시 한번 전화가 울린다. 알람이 울린다. 정신을 차리니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거울 속 내가 나의 동공을 보고 있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를 잊었다.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다시 거울을 봤다.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Fin.



Scenes

Written by fernweh


#1D64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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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21, G: 100, B: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