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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Oct 04. 2023

1917

샘 멘데스 감독

2020년 한국 개봉작 《1917》. 샘 멘데스 감독. ㅡ 《아메리칸 뷰티》 이후로 샘 멘데스 감독 최고 영화로 평가받는 《1917》 ㅡ 궁금하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봉준호 감독 《기생충》과 대부분의 상에서 동시 후보에 올라 호각을 이루었던 영화. 하지만 ... 포스터만으로도 ㅡ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ㅡ 내용은 감이 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나갈지. 영상미. 각종 의상과 소품들의 디테일, 음악 등이 궁금하다. 영화를 시작한다. "딸깍, 딸깍"


"지옥으로 가나, 왕좌로 가나 혼자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_에린무어(콜린 퍼스) 장군



+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4월 6일. 프랑스 서부전선에서 휴식을 취하던 영국 육군 제55보병여단 8대대 소속 톰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중사로부터 병사 중 아무나 한 명과 함께 사령부에 가보라는 명령을 듣는다. 톰 블레이크는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함께 사령부에서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에게 미션을 받는다. 함정에 빠진 2대대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것. 24시간 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톰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1600명의 아군과 '블레이크'의 형(리차드 매든)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사투를 이어가는데 ...



오늘은 끝날 거란

희망은 있었다.

희망은 위험한 거지

다음 주면 다른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이 전쟁을 끝내는 길은

하나뿐이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는 거지. _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


?. 원 컨티뉴어스 숏*


들판이 보인다. 들꽃들 사이에서 톰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가 등장하고 카메라가 그의 손을 따라가자 스코필드(조지 맥케이)가 등장한다. 카메라는 마치 물고기처럼 강물 속(1917년 4월 프랑스 서부전선)을 유영하듯 움직인다. 롱테이크.


*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하나의 롱테이크인 것처럼 만들어진 영화. 몇 개의 롱테이크 장면들을 적절한 편집을 통해 하나로 이은 것


물고기(카메라)는 톰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간다. 연합군과 독일군의 대치 속에 시간에 쫓기며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긴장감. 하지만 롱테이크 특유의 지루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고기(카메라)의 움직임이 규칙적이기 시작하면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주변 병사들. 가깝게는 움직이는 병사들이 착용한 소총과 군화, 군복, 수통, 철모 등. 거리가 두어지면 널브러진 시체들과, 쥐. 철조망. 폭탄에 움푹 팬 땅. 파괴된 건물과 참호의 생생한 재현 등. 흡사 제1차 세계대전 프랑스 서부전선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스코필드 하나의 시점으로, 하나의 롱테이크로 마무리 지어진다.


▼▼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원 컨티뉴어스 숏을 완성시킨 컷(화면전환) 모음 영상 ▼▼

https://youtu.be/ZAQoY3ioci0 <<< 바로 볼 수 없게 막아놔 링크를 클릭해야 볼 수 있습니다.


?. 흩날리는 체리 꽃잎, 젊은 프랑스 여인, 영국 민요, 나무 둥치


톰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철조망을 넘어 독일군 진영에 들와 숨죽여 걷는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 우연히 톰 블레이크는 체리 나무를 발견한다. 체리 나무는 종류가 많다고 말하며 자신의 어머니가 체리 나무 농장을 하였다고 말한다. 암전. 스코필드는 어둠 속에 깨어났다.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독일군과 마주치자 도망간 스코필드는 젊은 프랑스 여인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아닌 신생아와 함께 독일군을 피해 몰래 숨어 있었다. 낮게 깔린 장작불에 비친 프랑스 여인과 신생아는 언뜻 성모마리아와 예수로 보였다. 폐허와 시체로 얼룩진 전쟁터에 느껴진 신성함.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독일군을 피해 강으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폭포아래로 떨어진다. 죽지 않고 떠오른 스코필드. 물 위로 내민 얼굴과 주변으로 꽃잎이 흩날린다. 체리 꽃잎.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영국 민요 I am a poor wayfaring strager(나는 불쌍한 길 잃은 떠돌이입니다)


I'm just a poor, wayfaring stranger

저는 방황하는 가련한 떠돌이입니다

Traveling through this world of woe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떠돌고 있지요

There is no sickness, no toil, no danger

질병도 고생도 위험도 없어요

In that bright land to which I go

제가 가는 밝은 그곳에는 (중략)



들판 위 한 나무 둥치에서 휴식을 취했던 톰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영화의 마지막에는 스코필드 혼자 휴식을 취한다. 물고기(카메라)는 무심히 유영한다.



#트리비아 #trivia #나무위키 #뒷이야기

ㆍ비판으로는 기술적인 성취와는 별개로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는 의견이 있다. (중략) 그래비티처럼 스토리가 일직선상의 로드무비로 좀 단순할 뿐이지 전쟁의 참혹함과 반전 메시지, 영웅적 행동 등을 담아낸 인물들 간의 드라마, 대사, 연출의 완성도는 높다. 오히려 액션 장면이 다른 전쟁 영화들에 비해 적은 편이고, 내러티브의 비중이 크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단순히 기술적인 성취 뿐만 아니라 영화의 드라마, 연출 구도, 각본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미국 작가 조합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각본 부문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다.

ㆍ중간에 영국령 인도 출신 군인들이 보인다. 이 장면은 많은 인도인들이 인도 제국의 처우 개선과 자치권 확보를 위해 영국군에 종군한 것을 묘사한 것이다. 개전 후 영국군에 복무한 인도인들은 110만 명에 이른다. 다수는 오스만군을 상대로 중동과 이집트 전선에 동원됐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서부전선에도 11만 5000명이 동원되었다. 흑인도 가끔씩 보이는데, 이들은 대개 카리브 제도 식민지나 이민자 출신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역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인도차이나인들을, 독일 제국도 서아프리카 흑인들을 동원하였다. 다만 인도 연대는 1917년에 유럽에서 모두 철수했다.

다만 영국이 식민지에서 병력을 많이 동원한 것은 사실이나, 영화에서처럼 백인 사이에 흑인/인도인이 섞여 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종별로 부대를 따로 운용하였다. 하지만 이건 언제나 식민지 출신 유색인종 이야기이고, 영국 국적자인 유색인종들도 분명히 존재했고 많은 이들이 일반 영국군으로 입대하였다. 흑인 영국 축구선수였던 월터 털(Walter Tull)은 자기 축구팀과 동반입대하여 같은 대대에서 근무하다 장교로 현지임관까지 한 케이스다. 그러므로 유색인종이 일반 부대에 근무하는게 그렇게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분명 드문 케이스도 아니다.

ㆍ쟁쟁한 영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콜린 퍼스, 앤드류 스콧,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리처드 매든 등. 하지만 이들의 비중이 크진 않고, 영화는 주연인 조지 맥케이 중심으로 돌아가며, 작전이 진행될수록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잘 살려낸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ㆍ아카데미 촬영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수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등 후보
BAFTA 작품상, 영국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수상./ 음악상, 분장상 후보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수상./ 음악상 후보
미국 제작자 조합상(PGA Awards) 영화제작자상 수상
미국 감독 조합 시상식(DGA Awards) 영화감독상 수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수상./ 작품상, 미술상 등 8개 부문 후보
새틀라이트 촬영상 수상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 작품상 수상



인상impression

샘 맨데스 감독은 생존해 활동하는 영국 감독 중 최고로 손꼽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ㅡ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뷰티》 를 좋아한다 ㅡ 그의 디테일과 ㅡ 서사적 부분 이상으로 배경의 생생한 재현과 복장, 조연들의 초월적 사실적 묘사 ㅡ 롱테이크의 미학적 연출의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 향하는 지점이 명확해 (기대감 없는) 역사적 순간의 완벽한 재현에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인상 깊게 보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지 않을까(사견이다).


1.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겪었거나) 역사적 이해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고

2. 영국인이어야 하며

3. 사진 혹은 미적인 것에 관심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원 컨티뉴어스 숏(롱테이크로 이어진)이라는 굉장한 연출과 디테일한 재현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덧, 목숨을 걸고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의 명령을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전하자 되돌아오는 말은 꺼지라는 말. 톰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의 형 조셉 블레이크 중위(리처드 매든)에게 동생의 일을 전하자 고맙다고 한 말. 인상 깊었다. 뭐랄까 대비를 통한 허무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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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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