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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Oct 11. 2023

한 남자

이시카와 케이 감독

2023년 8월 한국 개봉작 《한 남자》. 이시카와 케이 감독. ㅡ 1977년생. 대학교 때 영화 연출에 매료되 물리학 공부를 포기하고 폴란드 국립 우츠영화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해 졸업을 했다. 《우행록》 《꿀벌과 천둥》 에 이어 세 번째 작품 ㅡ 궁금하다. 2022년 일본 영화계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드라이브 마이카》의 해였다면, 2023년은 이시가와 케이 감독 《한 남자》이라고 한다.


포스터에 비친 그림과 츠마부키 사토시의 뒷모습. ㅡ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ㅡ 재밌는 상상이 떠올랐다. 가면을 쓰고 사는 삶에 염증을 느낀 '나'. 우연히 국립현대미술관 특별 기획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를 관람하게 된다. 천천히 한 작품식 그림을 감상하며 걷다 한 그림 앞에 멈춰 선다. 한 남자의 뒷모습. <금지된 재현>이었다. '나'는 그림 속에서 나를 본다. 뒷모습을. 가면이 덧씌워져 진짜 얼굴을 알 수 없는 ...  


영화를 시작한다. "딸깍, 딸깍"



"この人は誰ですか?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_싱글맘 리에(안도 사쿠라)와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는 죽은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의 사진을 보며 동시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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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내려와 살던 리에(안도 사쿠라)는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라는 그림을 그리고, 말수가 적은 타지에서 온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성실하고 착한 다이스케와 재혼해 아이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다이스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장례를 치르던 중 다이스케의 형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죽은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내 동생 다이스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남편이 다이스케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리에는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남편이 누구였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한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뀔 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한 남자>는 변호사 키도를 재일교포로 설정하면서 질문의 수위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이슈로 확장한다.


전통 있는 온천장의 둘째 아들 다니구치 다이스케이기도, 이름 없는 이니셜 'x' 이기도, 살인자이기도, 살인자의 아들로서 프로 권투선수이기도. 도대체 누구란 말일까?


"선생은 재일 교포 같지 않은 재일교포이군. 그게 가장 재일교포스러운 거야." _신분세탁 브로커 오미우라 노리오가 키도(츠마부키 사토시)와의 감옥 면담에서 한 말 


?. 28만 분의 1의 확률


싱글맘 리에(안도 사쿠라). 그녀는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이 운영한 문구점을 운영했다. 둘째를 뇌종양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리에. 어느 날 그림이 취미인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가 그림 도구를 사기 위해 리에의 문구점에 들어온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선은 15도 아래를 향해 있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첫 만남. 번개가 번쩍였다. ㅡ 28만 분의 1의 ㅡ 정전이 일어났고,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도움을 준다. 조심스럽게 한 여자를 맴돈다. 사랑이 싹튼다. ㅡ 28만 분의 1의 ㅡ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이 밝힌 낙뢰 맞을 확률은 28만 분의 1이다. _한국일보 2023.07.17


한 남자는 벌목 일을 하다. 사고로 죽게 된다. ㅡ 28만 분의 1의 ㅡ 그리고 예전 리에의 이혼에 도움을 준 인권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가 등장한다. ㅡ 28만 분의 1의 ㅡ 키도는 자신이 재일교포 3세로 완전한 일본인이란 생각을 하지만 ... 그의 부인과 가족들은 순혈 일본인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남자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키도는 정체성에 대해 각성을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불법으로 과거를 지우고, 신분을 바꾸지만 않았을 뿐. 한 남자 다이스케와 사실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보여준다. 첫 장면의 시작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쿠보타 마사타카 VS 츠마부키 사토시


코로나 이후로는 일드를 거의 보지 않았다. 쿠보타 마사타카라는 배우의 연기가 신선했다. 1990년대 생 전후 일본 남성 배우들 특유의 유약한 연기력에 피로감이 있었는데 쿠보타 마사타카(다이스케 역)의 미스터리한 연기는 훌륭했다. 정말 다이스케가 실존했다면 이러한 인물 아니었을까?


츠마부키 사토시. 개인적으로 그가 출연한 인상 깊었던 연기의 영화로는 최근에는 《분노》. 옛날 영화로는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 이다. 아무래도 《분노》를 지우고, 《한 남자》가 그의 최고 연기가 되지 않을까-. 영화의 3분의 2지점. 화면은 클로즈업 되고, 그의 (잘생긴) 옆모습을 화면 가득 채운다. 자신을 일본인(귀하 재일교포 3세)이라고 숨겨도 나는 알 수 있다며 조롱하는 범죄자에게 그는 마치 말러 교향곡 1번처럼. 서서히 고조되다 끝에는 폭발한다. 파도가 높이 솟구치다, 내리친다. (혹은 마지막 장면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속 남성이 그림 밖으로 나온 것 같은 미스테리함)


쿠보타 마사타카도, 츠마부키 사토시도 앞으로의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트리비아 #trivia #나무위키 #뒷이야기

ㆍ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22년 일본 영화. 이시카와 케이 연출,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쿠보타 마사타카 주연이다.

ㆍ2023년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초청작,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으로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ㆍ원작과의 차이는 어린 시절의 하라 마코토가 살인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장면이 추가된 점.



인상impression

이시카와 케이(77년생) 감독. 아무래도 새로운 최애 일본 감독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아직 영화를 많이 만들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하마구치 류스케(78년생)와 함께 일본 영화계의 젊은 감독으로 쌍두마차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ㅡ 개인적으로 일본은 연출과 극본보다 배우가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ㅡ


돋보였던 (개인적 생각한) 연출로는 거울과 차창, 창문 등 '비침'의 활용이 능숙했고. 카메라 앵글(위치)가 로 앵글(앉은 키 정도)에서 수평 앵글(눈높이)로 교차되며 긴장과 이완. 특정 장면에서는 감정 표현의 고조와 비슷한 속도로 배우에게 다가가는 카메라 움직임. 좋았다.^^


사실 ... 우익화가 정점을 찍는 일본에서 재일교포,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대단한 배짱이란 생각이 들었다. ㅡ 혐한의 분위기에서 일본 영화계가 상을 준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ㅡ 차별 없이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의 근원적 고민을 연출하는 감독. 반했다.


덧, 안도 사쿠라(리에 역)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동안 ...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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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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