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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Dec 07. 2023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몽테뉴는 자신의 삶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철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얻은 사소한 경험에도 모든 주의를 기울였다. 몽테뉴 이전에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쓴 사람들은 있었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도덕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누구나 계속 살아갈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몽테뉴 이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저마다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는 것, 사람은 각자 자기 자신을 주된 본보기로 삼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_『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2012, 김유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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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수상록』(직역제목 『에세』, 일본판을 중역한 한글제목명 『수상록』), 고전을 많이 읽자라는 계기가 된 문장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질 때에만 책에 골몰한다. 나는 결코 새로운 책을 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옛날 책이 더 내용이 풍부하고 충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2권 10장에서) 155p


지금까지『수상록』을 읽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손우성 번역가(우리나라 최초 『수상록』이란 이름으로 한국어 번역한 역자로 중역한 내용이 오역이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 번역한『수상록』의 축약본을 고민하다, 분량이 적당해 보여 펼쳐봤습니다. ㅡ 남의 말은 참고만 한다.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자 ㅡ


독자여, 여기서는 나 자신이 바로 내 책자의 재료다. 이렇게도 경박하고 헛된 일이니 그대가 한가한 시간을 허비할 거리도 못 될 것이다. 그러면 안녕히. _7p


얼마나 소박하고, 친근하며, 멋진 문장인가,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미셸 드 몽테뉴(1533~1592)는 1571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르도 지방 베르쥬락 가문의 성에서『수상록』을 쓰기 시작. 10년 후 성을 나와 세상을 돌아다니다 1592년까지 죽을 때까지 전 3권(5판의 개정)의 『수상록』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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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2개의 장이 소개됩니다. 이 중, 마음에 든 주제 3가지를 선정했습니다.


몽테뉴식 회의주의  

몽테뉴는 신을 부정하지도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의심했을 뿐,


나는 섬기지 않겠다. _예레미야서 2:20    


그에 의심(신 혹은 세상의 지식)은 고대 스토아학파(금욕주의) 세네칼과 에피쿠로스(유물론) 학파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가장 많이 인용해 자신의 관찰과 사유를 설명합니다. 피론*식 회의주의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발전시켜서.    

* 에포케epoché `판단 중지'를 통해 절대적인 것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 고대 기원전 철학자(360 ~ 270)


크 세쥬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 하면 가장 유명한 말 '크 세쥬'


크 세쥬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표어는 회의주의자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까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긍정한 것이므로 부족하게 생각하며 자기는 안다느니 모른다느니 할 자격조차도 없으며, 인간의 지식에는 아무런 확실성이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_290p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이 난립하였고,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의 종교는 크게 카톨릭(안에서도 수많은 분파로 분리)과 개신교로 나뉩니다. 모두 절대적인 무언가를(진리가 있다고 믿는) 추구한다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 몽테뉴. 그는 고대 철학자들과 교류(독서)하면서 지속적인 탐구를 합니다.


건강함  

인간에게 영혼이 있을까? 있다면 현생 이전부터 이어져 온 걸까 아니면 육체의 탄생과 함께 생성되고 육체의 죽음과 함께 소멸되는 것일까 몽테뉴는 몸과 영혼을 하나로 보고, 전생도, 사후세계도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삶에 돈, 명예, 권력보다 '건강'과 즐길 것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번역은 악명만큼 나쁘지 않았습니다. 몽테뉴의 문체는 친근했고, 짧은 산문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한편 한편 읽어 나갔습니다. 인용이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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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감상 -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게 많고, 평범한(부, 명예, 권력을 갈구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죽음의 유한함이 (사후 세계가 없다는 생각) 몽테뉴를 철학하게 한다"



요새는 많이 알려진 고대 철학들이라 (당시 중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 들이었겠지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수상록』을 다 읽고, 동양의 철학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용中庸(판단의 기울임 없는)이 생각났습니다. 천칭의 저울처럼 끊임없이 맞다, 아니다,의 수평을 맞추는 느낌, 지식인과 무지의 농부와 비교해 더 알고 모름을 구분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는 몽테뉴, 권위와 타자에 짓눌린 삶을 살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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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대상(자기 자신)을 확고히 할 수 없다. 그것도 타고난 술주정으로 혼미하여 비틀거리며 간다. 내가 대상에 흥겨워하는 이 순간에 있는 그대로 그를 파악한다. 존재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고 추이(推移)를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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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를 써보면 명백히 느끼게 된다. 나는 시를 무한히 좋아하며, 남의 작품은 상당히 알아본다. 그러나 내가 시를 써보면 어린아이 수작이 되며, 차마 읽어볼 수가 없다. 사람은 아무 데서라도 어리석은 수작을 할 수 있지만, 시를 가지고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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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치라도 그 반대 이치가 없는 것은 없다고, 철학자들 중에서 가장 현명한 학파(퓌론 학파)는 말한다. 나는 방금 옛 사람들이 인생을 경멸하며 언급한, “어차피 없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밖에는 어떠한 보배도 우리에게 쾌락을 주지 못한다”, “한 사물을 잃어버렸다는 슬픔과 잃어버릴 것이라는 공포심은 똑같이 정신적인 타격을 준다”(세네카)라고 암시한 아름다운 말을 음미해보았다.


이 말은 쾌락으로 어떤 것을 잃어버릴 근심이 있으면 인생을 즐긴다 해도 진실로 재미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우리는 한 보배를 불확실하게 내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빼앗길 우려가 있을 때 더 한층 애착을 가지고 악착스레 움켜쥐며 매달린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은 찬 기운이 있을 때 더 잘 타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의지는 반대에 부딪힐 때에 더 억세어지는 것을 우리는 명백히 느끼기 때문이다.


#수상록 #미셸드몽테뉴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러셀 말론Russell Malone - Ray Brown, Monty Alexander, Russell Malone | Trio Jazz



한동안 재즈 소개를 안 한 것 같아요. 유명 재즈아티스트들과 협연, 연주 등을 많이 한, 흑인 재즈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 가볍게 즐기기 좋은 앨범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정보를 알고 감상하기 보다 앨범 자체로 감상해 보기를 추천해요. 좋습니다. 즉흥 연주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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