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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Sep 01. 2024

부채를 든 여인

구스타프 클림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e Klimt, 1862-1918)는 아르누보(arts nouveau) 양식의 오스트리아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키스〉를 위시하여 그를 가장 사랑받게 하는 그림들은 금박을 입혀 그린 여인의 초상일 텐데요. 소더비 런던에서 거래된 이 작품은 그가 금박의 사용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해진 컬러 팔레트를 사용하고, 당시 그가 수집하고 있던 많은 일본화와 우키요에 등에서 영감을 받은 연꽃, 봉황 등 동양적 도상으로 가득 장식된 배경이 돋보이는 그림입니다. 무엇보다 〈부채를 든 여인〉이라는 모티프 자체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섬세하고도 관능적으로 그려진 얼굴을 보면, 눈은 어딘가 멀리 바라보고 있고, 옷은 반쯤 벗어 복숭앗빛 살결을 비추고 있으며, 가장 관능적인 포인트는 그녀의 볼에 찍힌 미묘한 블러시에서 하이라이트 됩니다. 


클림트는 아델 블록-바우어 등 많은 여성 초상을 의뢰받아 작업하였는데 이 여인의 신원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클림트가 1918년 예상보다 빠른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그린 마지막 그림으로 그가 사망 이후에도 이젤에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클림트는 비엔나의 부유한 여성들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남겼고, 독특한 에로티시즘과 장식성이 강한 그림으로 미술사에 획을 그었습니다. 이 그림은 그 장식성이 절정에 달한 작품입니다. 인물이 거의 배경으로 흡수되어 일치되는 듯하고, 이런 평면성은 앞서 언급한 일본 목판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영원한 여성성을 발산하고 있는 클림트의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되며, 현재 비엔나 벨베데레 미술관이 현 소유자로부터 대출받아 전시 중에 있습니다. 2023년 (소더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베스트 10, 2위(약 1,400억원)에 낙찰됩니다. _아트맵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 하루키 감상

1918년 1월 1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클림트는 심한 기침과 고열로 깨어납니다. 왼쪽 팔과 손, 다리로 마비가 퍼지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한참을 침대 위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방안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일어나 책상 위 (어제 마시다 만) 물을 마십니다. 시선을 돌리자 미완성 <부채를 든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녀는 클림트의 시선을 외면한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클림트의 작업실에서 모리즈Moritz Nähr 가 실제 촬영한 <부채를 든 여인Dame mit Fächer> (오른쪽) (1918) 출처: Wiki


(2년 전) 1916년 (당시 건강했던) 클림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그림을 완성합니다. <월리Wally> 동서양의 미를 품은 여인을 그릴 수 없을까. 오스트리아 여인이지만, 평면적 구성에 중국풍 실크 드레스, 도자기 같은 피부, 신비를 풍기는

Gustave Klimt <Wally>, (1916).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Wiki


1917년부터 클림트의 건강은 급속히 쇠약해집니다. 폐렴에 독감, 뇌경색 증상까지 보이며 마비를 일으킵니다. 한편, 동서양의 미를 담은 여인을 그려야겠다는 열정의 불꽃도 커져갑니다. 클림트는 다른 작업과 병행해 <부채를 든 여인>을 틈틈이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림 속 모델은 3년 전 발레 관람 때 클림트를 매료시킨 (이름 모를, 대화도 해본 적 없는) 발레리나*입니다. 아직도 선명히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관능적 몸짓, 연속해 움직여 만든 선을 기억합니다.


* 여성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창작 직후 댄서(Tänzerin)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이 젊은 여성은 실제로 구스타프 클림트가 좋아한 발레나 뮤직홀 댄서 중 한 명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클림트의 이상일뿐 아니라, 노출이 필요한 경우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합니다. _artsandculture


(시간은 1918년 1월 1일로 돌아와) 클림트는 곧장 다른 방으로 이동합니다. 그가 모은 일본 판화 '우키요에'와 중국, 일본 의상, 도자기, 자료들이 있는 영감의 방*, 우키요에를 관찰하고, 중국, 일본 의상들을 만지며, 입어보고, 세세히 옷의 문양을 확인합니다. 강렬한 예술적 영감은 클림트를 도취시키고, 아픔과 공포에서 구원합니다. 춥고, 습한 캄캄한 동굴 속 한 줄기 빛같이, 점차 절망이 환희로 바뀝니다. 온몸으로 퍼집니다.


* 클림트가 멘토링 한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에 따르면 클림트의 집에는 "벽을 덮고 있는 수많은 일본 판화"와 "중국 및 일본 의상 컬렉션을 보관한 거대한 옷장"이 갖춰져 있었다. _BBC (23.06.28)


클림트는 결심합니다. <부채를 든 여인>을 완성하리라. 전통적인 세로 형식의 초상화가 아닌 정사각형의 초상화로. 1918년 2월 6일 죽기 전까지 수정을 거듭*합니다. 


* 일부 미술사 학자들은 모델의 팔뚝과 가운이 만나는 부분과 같은 노출된 캔버스의 작은 부분을 지적하면서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평가합니다. _Wiki



&



1. 1918년 2월 2일.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반신마비 상태. 간병인이 보였다. 간병인에게 물으니 3일 동안 혼수상태였다 말한다. 그녀는 의식이 돌아와 다행이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 그녀는 곧 나의 가족을 부르며 사라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기침이 심하게 난다.


다음날, 간병인에게 부탁을 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적어달라고, 그녀는 연필과 종이를 들고 귀를 바짝 나의 입가에 댔다. 


2. "사각사각"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른다. 또 이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미 죽은 것과 같다. 사형 집행이 끝난 시체와 같다. 


3. "사각사각"

가족과 친구에게 전할 말은 나중에 하기로 하겠다. 먼저 <부채를 든 여인>에 대한 설명을 남기고 싶다. "쿨럭쿨럭"


"..."


4. "사각사각"

크게 두 부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사각형의 이젤, 부채를 든 여인. 


-. 정사각형은 우주다. 직사각형, 원, 삼각형과 다르게 가장 안정적 형태의 상태다. 단순히 면으로 된 한 겹의 층이 아닌, 다층의 면이다. 다층의 면은 다중우주의 중첩과 같다. 마치 오랜 시간 지구의 압력으로 생긴 연대별 지층과 같은 층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 아름다움. 관능. 지고의 미를 그렸다. 층으로 된 사각의 세계.


-. 부채를 든 여인을 자세히 봐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눈과 (눈썹) 콧날, 입술, 귓불을 따라 흘러내리는 목선까지. 쇄골과 어깨로 이어지는 라인, 마치 발레리나의 몸짓 같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빛과 같고, 부채를 든 여인의 살빛과 같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부채와 중국 양식의 실크 가운이다. 부채는 그녀의 벌거벗은 가슴을 가리고, 남자의 관능적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실크 가운은 유럽인이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동양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5. "쿨럭쿨럭" "사각사각"

이상하다. <부채를 든 여인>을 생각하면 할수록 생에 대한 강한 집착과 희망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 설령 당장 죽더라도 <부채를 든 여인>에는 내가 남을 것이다. 아마도가 아닌 확신이다. <부채를 든 여인>은 1000년 후에도 사람들을 감명시킬 것이다.

* 화가 -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 - 1918, 오스트리아)

+ 전기(1862 - 1892)


구스타프 클림트는 1862년 비엔나 근교 바움가르텐에서 태어납니다. 금 조각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훗날 클림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의 초기 작품은 전통적인 주제와 기법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며, 역사적이고 신화적인 주제에 집중하여 세밀한 사실주의와 구도에 대한 그의 숙달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는 동생 에른스트 클림트, 친구 프란츠 마츠와 함께 공공 및 민간 건물의 실내 장식과 벽화를 전문으로 하는 '예술가 회사'를 설립합니다.


+ 중기(1893 - 1907)


세기의 전환기 클림트의 예술적 방향에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비엔나 예술계의 보수적인 제약에 염증을 느낀 클림트는 뜻을 같이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1897년 비엔나 분리파를 창설합니다. 이 운동은 전통적인 예술적 규범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타일과 영향을 포용하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시기 클림트의 작품은 이전의 사실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 보다 상징적이고 장식적인 예술로 나아간 것이 특징입니다. 비잔틴 모자이크, 일본 판화, 현대적 상징주의에 대한 그의 매력은 복잡한 패턴과 금박, 독특한 인체 묘사를 결합하여 매우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 후기(1907 - 1918)


클림트는 후기에 이르러 주제에 대한 보다 내성적이고 개인적인 탐구로 돌아갑니다. 중기를 정의하는 장식적인 모티브와 금박을 계속 사용했지만, 후기 작품에서는 형태와 색채에 대한 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 클림트는 풍경화 시리즈를 그렸고 자연에 대한 그의 감수성과 주변 세계의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능력을 보여 줍니다. 또한 이 시기의 초상화에서는 심리적 깊이와 개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엿볼 수 있습니다. 1918년 2월 비엔나에서 사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 뇌졸중,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클림트가 작업했던 세기말 시대는 그의 예술에 널리 퍼져 있던 주제인 퇴폐와 쇠퇴에 대한 매혹이 특징이었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클림트와 그의 동시대인들이 부패와 도덕적 쇠퇴를 찬양하고 에로티시즘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화적 퇴보의 신호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전통적 가치와 예술적 표현을 선호하는 보수 비평가들 사이에 널리 퍼졌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색상과 패턴의 활용


클림트의 그림은 생생한 색상과 복잡한 패턴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종종 풍부한 팔레트를 사용하여 깊이감과 광도감을 만들어냈고, 피사체를 빛나게 영묘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색상을 혼합했습니다. 장식 예술에 대한 클림트의 배경은 대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비잔틴, 그리스, 이집트 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고대 미술에서의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2. 금박 장식


그의 "황금 시기" 특징은 금박을 활용한 그림입니다. 이 접근 방식은 그가 여행 중에 접한 비잔틴 모자이크에 대한 존경심에서 부분적으로 영감 받았습니다. 클림트는 자신의 그림에 금박을 접목시킴으로써 그의 작품에 물리적, 상징적 풍부함을 더했고, 물감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질감과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금은 고급스러운 품질을 더할 뿐만 아니라 그림에 성스럽고 신성한 아우라를 불어넣어 피사체를 지상의 경계 너머로 고양시킵니다.


3. 심리적 깊이와 상징성


클림트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 죽음, 환생이라는 주제를 반영시켜 심리적 깊이와 상징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종종 관능미와 성찰이 혼합되어 묘사되는 여성, 특히 여성의 복잡한 인간관계와 내면의 삶을 자주 탐구했습니다. 신화적이고 우화적인 출처에서 끌어낸 클림트의 상징주의의 사용은 그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여 관객이 개인적, 감정적 수준에서 그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헤어스타일, 눈, 피부, 표정. 정중앙에 놓인 여성. 그녀는 평평한 주변과 하나가 된다. 마치 이콘*과 우키요에, 고대 이집트의 벽화를 연상케 한다. 반복해 봐도 질리지 않는, 여성이 갖고 있는 불멸의 신비.


* 이콘icon은 기독교에서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 등을 그린 그림을 의미하며, '모상, 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출처: Wiki





"9월은 동쪽에서 파란 새가 모여들기 시작하는 달이다.

9월을 맞아 음표로 남게 된 새 한 마리와 함께

우리만의 음악 여행을 떠나보자." _1일 1클래식

/

9월이 시작되었다. 1910년 찰스 빌리어스 스탠포드 가 작곡한 파랑새The Blue Bird. 메리 엘리자베스 콜리지 의 시 L'Oiseau Bleu 의 가사에 맞춰 작곡되었다. ㅡ 스탠포드가 살아 있는 동안 영국의 합창단 에서 널리 불렸으며 , 역대 최고의 영국 파트송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ㅡ


문득 그녀의 시가 떠올라 남긴다. _하루키


The Blue Bird(파랑새) (1897)

        by Mary Elizabeth Coleridge(메리 엘리자베스 콜리지)


언덕 아래 호수는 푸르게 누워있네

내 시선이 머무는 그 위로

차갑고 고요한 수면을 가로질러

가장 옅은 파란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 날아가네


하늘은 마침내 파래졌고

내 아래 하늘은 파랗게 파랗게

잠시 후, 새가 지나가자

그의 모습 담았네


The lake lay blue below the hill.

O'er it, as I looked, there flew

Across the waters, cold and still,

A bird whose wings were palest blue.


The sky above was blue at last,

The sky beneath me blue in blue.

A moment, ere the bird had passed,

It caught his image as he flew.

Beati Quorum Via, Three Motets, Op. 38, by C.V. Stanford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Gustav_Klimt

[2] Gustav-klimtGustav_Klimt

[3] Klimtgallery: Gustav_Kli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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