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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Sep 08. 2024

시계를 찬 여인

파블로 피카소

화려한 파란색 배경을 뒤로하고 안락의자에 한 여성이 앉아있다. 녹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손목 위에 시계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11월 8일 소더비 뉴욕 이브닝 경매에서 약 1억 4천만 달러(약 1천829억원)에 낙찰됐다. 그리고 2015년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1955)이 약 1억 8천만 달러에 낙찰된 기록에 이어 경매를 통한 피카소의 역대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됐다.


피카소는 자기 연인을 주로 작품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작가의 생애에 대해 다루다 보면 그의 여성 편력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 부분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면서도 인간 피카소의 매력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한다. 2023년 최고가를 기록한 '시계를 찬 여인' 속 주인공 역시 그의 연인 마리 테레즈 월터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피카소는 45세의 나이에 파리에서 17세이던 마리를 만났고 그 사이에서는 마야라는 딸도 태어났다. 하지만 당시 그는 무용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한 상태였다. 그들의 나이 차와 복잡한 여자관계에 분노가 일겠지만, 미술사에서는 그녀를 피카소의 '황금 뮤즈(Golden Muse)'라고 꼽을 정도로 그가 그녀를 그린 작품들은 찬사를 받는다. 2023년 (소더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베스트 10, 1위(약 1,829억원)에 낙찰됩니다. _아트맵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Pablo Picasso 〈Femme a la montre〉, (1932) 출처: 소더비



+ 하루키 감상

피카소는 1918년 러시아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Olga Khokhlova 와 결혼을 하였고, 아들 폴 조셉을 낳습니다.

*올가 코클로바 (좌) <안락의자에 앉은 올가Portrait d'Olga dans un fauteuil> (우) 피카소의 몽루즈 작업실에 있는 올가 코클로바, 1918년 봄. 출처: Wiki


1927년 피카소는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앞에서 17세의 마리 테레즈 월터Marie -Thérèse Walter와 우연히 만납니다. 45세의 피카소는 처음 본 월터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얼굴이 재미있네요. 초상화를 그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피카소입니다"

마리 테레즈 월터Marie-Thérèse Walter 출처: CNN


월터는 그의 이름이 낯설었지만 관심받는 것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피카소는 월터를 자신의 스튜디오에 초대를 했고, 그녀의 얼굴과 몸을 관찰한 후 다음날 다시 와달라고 부탁합니다. 방문은 매일 계속되었고 월터는 말합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


일주일 만에 불륜은 시작되었고, 피카소는 불륜을 숨긴 채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 생활을 유지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평가들은 월터와의 불륜 시기를 "황금 뮤즈"의 시대, 예술적 황금기라 칭합니다. 피카소는 월터를 만나는 동안 1935년 전후로 앨리스 라혼Alice Paalen, 발렌타인 휴고Valentine Hugo를 만났고, 1936년 도라 마르Dora Maar와 관계를 시작합니다. 1940년까지 피카소는 월터와 마르를 동시에 만났고, ㅡ 올가 코클로바와는 결혼한 상태입니다 ㅡ 월터는 피카소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자 그를 떠납니다. 피카소와 월터는 완전히 헤어지지 못하고, 가끔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가 됩니다.


1973년 피카소가 죽자. 월터는 그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4년 후 1977년 10월 그녀는 프랑스 남부의 주앙 레팽에서 자살을 합니다.


덧, 《시계를 찬 여인》은 여성 컬렉터 란다우Landau가 소중히 여긴 작품으로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벽난로 위에 이 그림을 걸었었고, 102세의 나이로 그녀가 죽은 후 소더비 경매에 나왔습니다. 여자이기에 여자를 이해해서 아꼈던 건지 ...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해 아꼈던 건지 ...



&



1. 파란색 배경(공간). 아플라*가 보입니다. 피카소는 스무 살, 스페인에서 파리의 몽마르트로 이사해 살면서 무명 시절을 보냅니다. 그때 그린 그림을 '청색 시대'라 부릅니다. 청색 시대의 파란색에는 곤궁, 상실, 좌절의 현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시계를 찬 여인》의 파란색은 이상합니다. 긍정과 밝음이 느껴집니다. 기호(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피카소의 감정들,  


* 아플라(aplat)는 들뢰즈의 용어로, 얼굴이 빛의 간섭현상처럼 바탕과 중첩되면서 해체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플라는 영어의 'flat'처럼 평평하다는 뜻


2. 운명의 여자를 만납니다. 기적처럼, 우연처럼, 마리 테레즈 월터Marie -Thérèse Walter. 그녀는 어리지만 단테가 베아트리체에 반한 것처럼, 월터에게는 강렬한 신화적 신비, 신성한 빛, 영적 예술이 느껴졌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평생 고백하지 못했지만, 피카소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아플라는 기호로, 기호는 상징으로, 상징은 형상으로 변합니다. 아플라에 분리된 형상*.


* '볼 수 있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


3. 물질성이 느껴지는, 선명한, 검은 선. 윤곽이 보입니다. 윤곽은 아플라(파란 추상적 무엇)와 형상(여인의 얼굴, 금발 머리, 팔, 옷, 안락의자, 시계 등)을 분리/격리 시킵니다. 《시계를 찬 여인》에서 서사나 형상과 형상의 연결성을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곡선의 퍼즐 같습니다. 문득 노란 시곗줄, 동그란 시계를 발견합니다. 시곗바늘은 멈춰있습니다. 정지된 순간, 멈춤. 피카소가 그녀를 처음 마주친 날. 숨이 멎었던 그 순간.


4. 피카소는 종종 큐비즘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단일한 해석에 저항한다. 관객이 예술(자신의 작품)과 개인적인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 이점이 중요하다."


하루키 해석을 덧붙인다면, 감상자의 감흥*은 창작자의 의도, 배경, 전문가의 설명이(단일한 해석이) 아닌, 각자의 직관에 의해 발현한 숭고란 말 아닐지-


* 마음속 깊이 감동받아 일어나는 흥취

* 화가 -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 ~ 1973, 스페인)

+ 전기(1881 - 1904)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난 파블로 피카소는 미술 교사인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 기간 그는 전통 미술에 대한 탁월함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남깁니다. 이 시기 피카소는 현실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자연주의적 접근, 사람을 그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청색시대(1901~1904)는 피카소의 경력에서 중요한 단계로, 개인적 비극, 특히 절친 카를로스 카사게마스의 자살로 인한 슬픔, 가난, 고립, 우울이라는 주제로 가득했습니다. 파란색의 단색 사용은 미학적 선택일 뿐 아니라 작가의 성찰적인 상태를 반영하는 감정의 통로 역할도 했습니다.


+ 중기(1893 - 1907)


중기는 장미 시대(1904~1906)로 피카소의 팔레트와 주제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서커스 생활과 공연자들에 대한 따뜻한 톤과 주제가 그의 작품에 새로운 활력과 낙관주의를 불어넣습니다.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와 공동으로 큐비즘(입체주의)을 만들었고, 사물을 기하학적 형태로 해체하여 전통적인 관점에 도전합니다. 훗날 현대 미술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 시기의 큐비즘(입체주의)은 분해, 합성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통해 형태의 단편과 다양한 재료의 통합을 시도하는 한편, 초현실주의에도 참여해 고전적 주제를 탐구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피카소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줍니다.


+ 후기(1950 - 1973)


피카소의 창조적 활력은 나이를 먹어감에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다작의 결과물과 실험 정신이 특징입니다. 후기에는 이전 스타일을 재검토하였고, 대담한 선, 생동감 넘치는 색상, 유쾌한 형태와 표현을 합니다.


주목할 점은 조각, 도자기, 판화 작품 활동을 하였고, 예술에 대한 그의 다각적 접근 방식입니다. 종종 내성적인 그의 후기 작품은 인간 조건에 대한 성찰과 기발함 사이를 오가며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예술가의 굽히지 않는 창의성을 보여줍니다. 1973년 91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 혁신에 대한 지나친 강조: 일부 비평가들은 피카소의 끊임없는 혁신 추구가 때때로 깊이와 일관성을 희생한 결과였다고 주장합니다. 스타일과 매체 사이의 끊임없는 변화는 혁명적이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예술적 주제에 대한 의미 있는 탐구라기보다는 참신함에 대한 피상적인 탐구로 여겨졌습니다.


▶ 큐비즘과 그 가독성: 특히 큐비즘은 표현 예술에서 급격하게 벗어났다는 이유로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의 비평가들과 일부 현대 학자들은 이 스타일을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으로 보고 시청자가 묘사된 주제와 연결하는 능력에 도전합니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추상화로 인해 인간의 모습이 차갑고 기계적이며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선형성: 형태의 본질


피카소의 선에 대한 숙달은 그의 그림 스타일의 기초입니다. 그의 초기 학술 연구부터 후기 추상 작품까지 이 라인은 탐구와 표현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 선은 정확하고 신중하며 그의 고전적 훈련을 보여줍니다. 이 선은 형태의 자연주의적 표현을 고수하며 인물의 섬세함과 표현의 미묘함을 포착합니다.


특히 입체주의의 도래와 함께 그의 스타일이 발전함에 따라 피카소의 선형성은 더욱 역동적이고 단편화합니다. 그는 선을 사용하여 윤곽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내 공간을 분할함으로써 형태를 기하학적 형태로 해체하기 시작합니다. 이 접근 방식을 통해 그는 여러 관점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었고 전통적인 관점을 뛰어넘는 깊이와 복잡성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선은 형태의 견고함과 고유한 유동성, 즉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이중성을 모두 전달합니다.


2. 표현: 보이는 것 너머


피카소의 그림은 표현력이 뛰어나며 최소한의 수단으로 심오한 감정적, 심리적 상태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표현력은 특히 그의 초상화에서 형태의 왜곡과 특징의 과장을 통해 종종 달성됩니다. 피카소에게는 감정 표현의 정확성이 신체적 유사성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그는 대상의 내면세계를 파헤쳐 그들의 두려움, 욕망,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말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그 이후에 피카소의 그림은 더욱 표현력이 풍부해졌으며, 그의 개인적 고뇌와 당시의 더 넓은 실존적 관심을 반영합니다. 날카롭고 들쭉날쭉한 선을 사용하고 목탄이나 잉크와 같은 매체를 무겁고 거의 폭력적으로 사용하여 그의 작품에 긴박성과 강렬함을 강조합니다.


3. 혁신: 매체와의 대화


피카소의 혁신성은 아마도 다양한 드로잉 방식에의 실험적 접근입니다. 연필이나 목탄 작업으로 만족하지 않고, 잉크, 파스텔, 석판화 등 새로운 표현 접근을 하고, 다양한 마티에르(재료)를 탐구합니다. 그의 실험은 단일 구성 내에서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고 레이어링 하고 병치하여 질감과 깊이를 만드는 것으로 확장합니다.


이러한 혁신적 작품 활동은 완성된 제품만큼 창작 과정을 중시하는 보다 폭넓은 철학적 입장을 반영하며, 예술가의 손과 제작 행위를 필수 요소로 강조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11일 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역대 최고가에 낙찰됐다.


'알제의 여인들'은 이날 경매에서 1억 7천936만 5천 달러(한화 약 1천968억원)에 낙찰돼 기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중략) 1955년 작품인 '알제의 여인들'은 피카소가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동명 작품을 재해석해 그린 15개 연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_한겨레신문 (19.10.19)


피카소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이자 크리스티 경매 최고가 작품입니다. (2019년 기준) 18세기말 완성된 외젠 들라크루아 작품을 큐비즘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하루키가 돈 많은 컬렉터라면 두 그림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천억원 그림 감상해 보실까요?

(좌) 외젠 들라크루아 <알제의 여인들>, (1798) (우) 파블로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 (1955) 출처: 한겨레신문





"드보르자크의 생일을 맞아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명인의 성격을 드러내는

비교적 특이한 편성의 피아노 사중주곡을 들어보자."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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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일요일. 아주 느리고, 무겁게 시작하는 'Lento'의 아침. 가벼운 운동과 드립 커피가 필요한 아침입니다.

Dvorak - 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87 - 2. Lento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Pablo_Picasso

[2] BritannicaPablo_Picasso

[3] Museepicassoparis: Pablo_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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