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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n 22. 2022

자마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9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9위. 필름 코멘트와 토론토국제영화제 시네마테크가 선정한 '최근 10년간 베스트 영화' 1위, 씨네 21이 발표한 '해외 영화인이 꼽은 2010 ~ 2020 영화 베스트' 6위. 거짓말 조금 보태 2010년 ~ 2020년에 나온 남미 영화 중 최고란 칭송을 받는 것 같았다. 여성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은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ㅡ 남미의 여성 감독, 보물 찾기나 신대륙 발견의 모험극이 아닌 스페인 내륙 식민지 도시를 배경으로 가족이 거주하는 도시로 전근을 지극히 소망하는 한 남자 이야기. 마이너한 느낌이다. 재미는 없을 것 같은 ... 느낌적인 느낌. ㅡ 턱 밑까지 차오른 호기심을 참지 못해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18세기 말 남미의 스페인 식민지 벽지에 ㅡ 파라과이 아순시온 ㅡ 치안판사 디에고 데 자마(다니엘 히메네스 카초)는 스페인 국왕의 전근 발령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몇 년째 감감무소식. 그는 이 기다림이 기약 없다는 것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자마는 전근을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건과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급기야 지역사회의 공포의 대상인 도적 “비쿠냐 포르토”를 잡기 위한 토벌대에 지원한다. 종국에는 전근도 못한 채 살아있다는 사실만 남는다. ㅡ 양 팔을 잃어버린 채 ㅡ



02.

18세기 말엽 태양의 빛과 21세기 현재의 태양의 빛은 같은 빛일까? 영화 속 도시와 초원 위로 태양빛은 쏟아져 내린다. 그곳엔 강과 초원, 야자수와 잡초, 가축과 원주민들이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그들의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 법과 생활 방식으로 도시를 지배한다. ㅡ 마치 실제 18세기 말엽 남미의 식민지를 보는 것 같았다. ㅡ 어둠과 빛의 영상 속에 문명이 만든 부조화스러운 인공의 색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풍경. 낯선 바로크풍 풍경화 같았다.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 인터뷰 中

"아르헨티나에서는 16 ~ 20시간에 한번 여성이 죽거나 강간당하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리 비판 의도를 갖고 있어도 노골적으로 강간, 폭력, 인종차별적 장면을 찍는 것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지." 라고 확고한 비폭력 소신을 전달했다. 이 같은 소신은 자마를 위풍당당한 정복자가 아닌 때론 비겁하면서도 치졸한 인간으로 그리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감독은 자마를 통해 식민주의자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권력자를 힘 있게 그리는 것은 그 권력을 유지시키는데 일조한다. 특히 남미 영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감독은 강조했다.



03.

영화 《자마》를 압축한 한 장면

남과 여라는 양자구도가 아닌, 백인, 흑인, 원주민, 자연 4개의 요소가 각기 독립적으로 대등하게 놓인다. ㅡ 한 쪽에 비중을 몰아넣기 보다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었다. ㅡ 스페인 정복자들(백인)은 식민지인(흑인)들을 부리고, 원주민과 거래를 한다. 갑자기 자마(다니엘 히메네스 카초) 주변으로 알파카나 동물이 나타나고, 뜬금없이 소년이 등장하거나, 소매치기가 일어난다. ㅡ 스토리의 흐름과 상관없는 이질적 요소를 넣어 보이는 내용에 대한 거리를 두게 하고 의문을 품게 한다. ㅡ



마지막으로 ...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은 단순히 여성 감독을 넘어 아르헨티나 최고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ㅡ 해외 평론가들 사이에서 ㅡ 그녀가 9년에 걸쳐 만든 《자마》. 역시나 거장의 전형적 역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자연광, 현장의 소음들(자연음), 영상미, 철학적 사유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자연을 전면에 놓고, 인간을 풍경처럼 연출했다. ㅡ 카메라는 18세기에도 20세기에도 있어온 자연을 주시한다. ㅡ 관객은 관조해야 한다. ㅡ 재미는 원작 소설에서 찾어야 할 것 같다. ㅡ


마지막으로 뜬금없었던 소년의 독백을 기록한다.


"자마(다니엘 히메네스 카초). 검을 빼지 않고 정의를 행하는 자. 자마. 치안판사, 늙어서 태어나 죽지 못하는 신이고 지독하게 외로워하지. 자마. 법률가이자 판사이고 겁이 없는 자. 자마. 힘이 넘치는 자. 형 집행자. 자마는 의무 뒤에 숨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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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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