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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Feb 12. 2023

히든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6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6위. 58회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로써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퍼니게임》, 《하얀리본》 2편에 이어 또 한편의 본 영화가 추가가 된다. ㅡ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연출작은 칸영화제에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히든》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연출작 중 평론가들 사이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작품이다. ㅡ 궁금하다. ㅡ 두근두근 ㅡ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히든》을 요약하면 '회피에 관한 질문'이 아닐까? ㅡ 매스컴에서 혹은 관객이 보고 있는 영상(영화) 이미지에서 보여주는 것은 중요치 않다. ㅡ 나약한 지식인 주인공 조르쥬(다니엘 오떼유) 어느 날 제목 없는 비디오테이프가 조르쥬의 집 대문 앞에 놓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ㅡ 비디오테이프로 인해 망각한 과거의 기억이 소환되기 시작한다. ㅡ 미세한 불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미세한 파문. ㅡ 누군가 말했다. 기억은 신의 선물이고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ㅡ 조르쥬는 신의 축복을 받아 망각했지만 비디오테이프로 인해 신의 선물인 기억이 깨어나 시종일관 불안에 흔들린다.


"영화 안에서의 진실, 미디어 안에서의 진실, 이것은 다 조작이다. 나는 이미지 속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기법을 통해 '어떤 것이 진실인가'와 같은 질문을 관객에게 제시했다. (중략) 나는 관객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단지 끊임없이 자극하고 그들과 소통하려 하는 것뿐이다."


_미카엘 하네케 인터뷰 中



02.

혼란스러웠다. 조르쥬(다니엘 오떼유)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어릴 적 집안일을 도운 도우미의 아들 마지드(모리스 베니슈). 비디오테이프로 인해 조르쥬도 마지드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예기치 않은 만남. ㅡ 나는 문득 미카엘 하네케 감독 특유의 영상 언어가 생각났다. 감독의 영화 속 개입 ㅡ 제4의 벽*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감독은 스크린이라는 화면의 벽을 원하는 시기에 통과해 슬며시 물건만 놓고 사라진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ㅡ 관객은 영화가 끝나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으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ㅡ


* 제4의 벽 - 제4의 벽은 연극 무대에서 관객과 무대는 하나의 방으로 되어야 하며, 여기에서 한쪽 벽이 관객들을 위해 제거된 것이라는 것으로, 관객과 배우 사이의 가상의 '벽'을 의미한다.



#트리비아 #trivia #뒷이야기

ㆍ1961년 파리 학살(알제리인 시위 진압)

ㆍ사건은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의 저항과 이를 진압하려는 프랑스 식민주의의 국가 테러리즘으로 점철된 알제리 전쟁(1954~1962)이 배경이었다. 1961년 8월 FLN을 지지하는 알제리인 30,000명이 파리에서 민족해방투쟁 지지 시위를 벌였다. 당시 파리 경찰청장이던 모리스 파퐁은 파리의 알제리인들에게 강제적인 통행금지 조치를 취해 분노를 샀다.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알제리인 15만 명 가운데 3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ㆍ도시를 전면 봉쇄하고 시위 참가자 11,000명을 체포했음에도 체포되지 않은 5천여 명이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시위대에 수차례 발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진압경찰은 알제리인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많은 시위자들이 경찰폭력에 밀려 센 강으로 뛰어들었다. 경찰은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알제리인들을 다리 위에서 센 강에 던졌고, 시위 현장에서 체포당해 경찰버스로 호송돼 경찰청 마당으로 끌려온 알제리인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해 사망케 한 뒤 시신을 유기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직적 은폐로 사망자의 숫자조차 명확하지 않다. 70명에서 200명까지로 추정될 뿐이다.



03.

《히든》을 다 보고 1961년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알제리 독립운동 시위 학살에 대한 은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이 부분은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지 않으면 영화 자체만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ㅡ 아니 알 수 없다. 프랑스인이 아니라면 ㅡ 그렇지만 이러한 역사적 영상 은유를 사전에 알고 《히든》을 본다면 매우 은밀한 영화임을 알게 된다. 조르쥬는 마치 망각에서 깨어난 불안한 현재의 프랑스 같았다.



마지막으로...

3번째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철저한 작가주의* 감독이란 생각이다. 매우 건조한 그렇지만 긴장감은 차곡차곡 느리게 쌓아갔다. ㅡ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탄(유색인) 사람과의 말다툼이나, 기억 속 어린 시절 마지드(알제리인)의 닭 잡는 모습, 마지막 마지드의 아들(알제리인)과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 등 인물과 인물간의 긴장감은 계속해 쌓여만 갔다. ㅡ 예민하게 완성한 세계관을 감춘 듯 드러내려는 듯 한 채 관객을 바라봤다.


* 작가주의 감독 - 1950년대 프랑스 비평계에서 등장한 개념. 예술가로서의 영화 감독을 중시하며, 각본, 배우, 촬영과 편집 기술 같은 영화의 다른 요소들보다도 영화 감독의 개성을 보다 더 중시하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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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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