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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25. 2022

문라이트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8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8위. 2017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상 수상. ㅡ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ㅡ 흑인 감독, 흑인 배우만으로 만든 예술 영화 같다. ㅡ 매체에서는 퀴어*영화라 소개를 하는데 맞을까? 궁금하다. ㅡ 나에게 가장 친숙한 흑인 영화감독은 스파이크 리 혹은 조던 필 감독이다. 베리 젠킨스 감독. 무척 생소하다. ㅡ 다시 궁금증 +1 ㅡ 시작한다. "딸깍, 딸깍"


* 덧, '흑인'이란 단어 사용은 차별 없는 중립 표현임을 밝힌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는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퀴어 -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01.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소년(샤이론)이 있었다. 소년은 청소년이 되었고, 청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성장기, 정체성, 쓸쓸함의 이야기'. 적고 보니 더 쓸 내용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대사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 검은 소년들은 푸르게 보인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한 것 같다. 색色. 색 이야기. 베리 젠킨스 감독(혹은 샤이론)이 본 어둠의 색. 한밤의 달빛은 세상을 푸르스름한 파랑으로 물들인다. Blue. 《문라이트》는 색을 칠했다. 푸르스름한 파랑. 주인공 샤이론은 Blue 다.



02.

아프리칸 아메리칸. 그들의 꼬리표 '빈민'. ㅡ 물론 성공한 사업가, 예술가, 운동선수, 전문직도 존재한다. 소수. ㅡ 어렸을 때부터 마약과 폭력을 저지르고, 교육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 전과자가 된다. 그렇게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다 죽는다. 마치 아스팔트 위 잡초가 기어이 꽃을 피워도 그 꽃은 서글피 지는 것처럼. 굴레다. 지독한 굴레. ㅡ 굴레의 무서운 점은 벗어날 수 없다는 점. ㅡ 무간도*를 걷는다.


* 무간도無間道 - "<무간지옥>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18층 지옥 중 제일 낮은 곳을 칭하는 용어로, 가장 고통이 극심한 지옥을 일컫는다. 죽지 않고, 가장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공간인 무간지옥. 무간지옥으로 이르는 길이 곧 무간도無間道다.



#영화배경지식

ㆍ메타크리틱 스코어 99점을 받은 영화는 이 영화와 <사랑은 비를 타고>가 유일하며 역대 4위에 해당한다. 100점을 받은 영화는 <시민 케인>, <대부 1>, <보이후드>, <세 가지 색: 레드> 이다.

ㆍ감독 배리 젠킨스 감독은 왕가위 감독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문라이트를 보면 왕가위 감독 작품을 연상시키는 영상미와 음악 선곡을 느낄 수 있다.

ㆍ사상 처음으로 퀴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

ㆍ평론계에서는 그동안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논란이 일던 아카데미상이 모처럼 흑인 주연의 영화에 작품상을 수여.



03.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성장영화란 생각. 나아가 흑인 감성 영화다. 퀴어 영화라는 좁은 범위, 좁은 시야를 씌워버리면 《문라이트》가 제대로 보일까? ㅡ 사견이다. ㅡ 주인공 샤이론은 소년기부터 시선이 항상 15도 각도 아래를 향했다. ㅡ 잘 나가는 마약 상이 되었어도 ... ㅡ 샤이론의 삶은 무의미, 무지향, 무의지였다. ㅡ 영화의 마지막 샤이론은 케인과 만나 옅은 안도를 비췄다. ㅡ 샤이론의 독백이 들리는 듯했다. 살아내야지 ㅡ



마지막으로...

뭐랄까 ... 조심스럽지만 전체적인 연출이나 편집, 빛의 그려짐은 낯설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묘한 감성, 흑인 배우들의 열연에 푹 빠졌었다. ㅡ 달빛에 비친 샤이론의 실루엣은 명확한 형태 없는 유혹이었다 ... ㅡ 어쩌면 재즈나 블루스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태생부터 흑인의 DNA가 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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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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