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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n 15. 2022

사울의 아들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2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2위. 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라즐로 네메스 헝가리 감독의 첫 장편. 1944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절멸 수용소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젊은 유럽인 영화감독의 장편 영화에 평단은 열광했고, 다수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ㅡ 의아하다. 예전부터 유럽 영화계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는 기본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는 건 왜일까? 특히 평론가로부터... ㅡ 그렇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모호할 뿐.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마치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듯 했다. 핸드헬드* 방식으로 카메라는 주인공 사울(게자 뢰리히)에 초근접해 붙어 다녔다. 갑갑함, 현장감, 긴장감, 피사체 이외의 주변은 흐릿한 영상들로 채워져 관객으로 하여금 예민한 상상을 일으키게 했다. ㅡ 슬프고, 잔인한, 절망적인 홀로코스트 현장을 ... ㅡ 시점을 바꿔봤다. 관객은 관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어 사울을 쫓는 것 같았다.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뭐가 불만인지 고삐를 더욱 조인다. 롱테이크 장면을 군데군데 넣어 숨쉬기조차 불편하게 ...


* 핸드헬드handheld - 카메라 혹은 조명 장치 등을 손으로 드는 것. 특히 카메라를 트라이포드(삼각대)에 장착하지 않고 들거나 어깨에 메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



02

목소리, 독일군 병사의 목소리 혹은 시체 처리반 감독관의 목소리를 제외하곤 모두 낮은 톤으로 대화를 한다. 증오, 절망, 분노 등 어떤 감정도 결코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ㅡ 마치 대문자 없이 소문자로만 빼곡히 채워진 글을 읽는 것 같은 갑갑한 억눌러진 ... ㅡ 표정과 눈빛, 행동으로 말할 뿐. 이중 억압에 가장 자유로운 언어는 눈빛이었다.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눈빛으로 카메라 넘어 관객에게 직접적 호소를 한다. 진동 없이 전해지는 두려움과 떨림까지 ...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또다른 #생각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독일계 미국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본 개념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다. _위키백과



03

영화 《사울의 아들》을 압축한 한 장면

세계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 두 사건의 시작점은 아돌프 히틀러다. 히틀러라는 한 개인이 권력을 쥐자 만들어진 인류의 엄청난 불행. 히틀러는 부하 장교에게 명령을 한다. 장교는 다시 병사에게 명령을 한다. 병사는 유대인(남녀노소 구분 없이) 집단학살을 실행한다. ㅡ 히틀러가 악일까? 독일 장교가 악일까? 독일 병사가 악일까? ㅡ 이상한 건 집단학살 당한 유대인 시체 처리를 독일에 협조한 또 다른 유대인이 처리한다는 것. ㅡ 그들은 양심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이기심과 외면. ㅡ 독일 병사의 지시대로 일사불란이 움직였다. ㅡ 나치에게 전염된 악의 평범성일까? ㅡ 사울(유대인이면서 유대인 시체 처리반)은 우연히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죽은 아들을 축복해 줄 랍비를 필사적으로 찾는다. 애처롭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사울. 사울은 결국 랍비를 못 만난다.



마지막으로...

40대 초반,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성숙한 관록이 느껴졌다. ㅡ 그렇다고 거장의 호흡은 아니었다. ㅡ 유려한 연출 흐름, 관객의 심리를 정확히 관통한 안목. 또한 영상이라는 시각언어의 실험적 깊이도 느껴졌다. ㅡ 상은 심사위원이, 평론은 평론가가 ㅡ 하루키의 감상은 물음표로 남기겠다.


나치가 남긴 트라우마는 유럽에 깊숙이 못박혀 부유하며 떳다. 가라앉았다. 를 반복한다. 영원히 잊혀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을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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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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