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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n 01. 2022

그레이트 뷰티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7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7위. 영화, 책, 미술은 편식하지 않는다. 그곳에 펼쳐진 새로움에 ㅡ 이해할 수 없고, 기괴하고, 불편한 ㅡ 환영한다. 익숙한 것은 지루하다. ㅡ 단조롭고, 안정적인 일상은 지금으로 충분하다. 쳇바퀴 같은 삶 ㅡ 이탈리아 영화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작품이다. 현대미술을 좋아하고, 영화를 사랑하고, 로마를 기억한다. ㅡ 봐야겠다. ㅡ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프시케* 첫 소설(26살 쓴)이 히트 친 후 40년간 새로운 소설을 쓰지 못한 주인공 젭 감바르(토니 세르빌로). 상위 1% 사교계의 삶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나비(프시케)처럼 나풀나풀 움직였다. 때로는 카메라를 붙잡아 젭 감바르를 중앙에 놓는다. ㅡ 나비(프시케)는 불완전했다. 더듬이 없는 나비(프시케)의 날아다님 ㅡ 어쩌면 감독은 관객을 프시케(영혼)로 만들려 한 것 같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듯 움직이는 프시케(영혼)처럼 주인공을 배회한다. ㅡ 카메라는 프시케Ψυχή ㅡ


* 프시케 (Ψυχή/Psyche) :
1) 고대 그리스에서 본래 숨으로 쓰인 단어로 마음과 영혼이라는 뜻도 있다.
2)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문맥에 따라 나비란 뜻으로 쓸 수 있다.



02.

행위 예술, 현대 미술, 2000년 전 로마시대의 건축물과 조각들, 종횡무진 그렇지만 교차되진 않는다. ㅡ 마치 이대로 한없이 미래로 계속될 것만 같은 ㅡ 왕왕 등장하는 파격적 행위 예술. 몸이 먼저 반응했다. 흠칫. 공포영화와는 다른, 이를테면 로마에 있는 웅장한 미술관을 관람하던 중 갑자기 펑키 한 리듬과 굉음이 터져 나온 듯한. ㅡ 이해하려 하지 말자. 느끼자. 느끼려 해도 느껴지지 않으면 마음에 담자. ㅡ 예술을 위한 예술.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영화배경지식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1970년 나폴리 출생. 영화 쪽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TV 드라마 쪽에서도 활동했었다. 보통 '일 디보'와 '그레이트 뷰티'가 최고작으로 뽑힌다. 현시대 이탈리아 감독 중 마테오 가로네, 루카 구아다니노, 알리체 로르바케르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다. 이 중에서 국제적 명성은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03.

젭 감바르(토니 세르빌로). ㅡ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은 이탈리아 로마다. ㅡ 영화를 보면서 만약 로마를 인간으로 형상화한다면 젭 감바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칭칭 얽매여서 게으른 듯한, 그렇지만 예술적이며, 유머러스하다. 어딘가 모를 여유와 수많은 여성에게 인기 있는 로마. 젭 감바르와 일치했다. 로마는 권태로웠고, 젭 감바르도 권태로웠다. 어느 날 마주한 불가사의한 104세 수녀와의 만남 혹은 불안전한 첫사랑 기억의 강제성. 젭 감바르는 결심한다. ㅡ 영화에서 프루스트와 들뢰즈에 대한 언급이 종종 등장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 맛에 의해 주인공인 '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ㅡ 기호(수녀, 첫사랑의 기억)와 우연한 만남으로 인한 강압적 사유.


그는 새로운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러쿵저러쿵

소설은 시작된다.

그래, 모든 것은 속임수다.

_젭 감바르



마지막으로...

올해(2022년) 2명의 유럽 친구를 사귄 것 같다. 1명은 독일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 또 한 명의 새로운 친구는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현대미술 같은 영상과 음악의 조화. 신비주의적 아름다움. 철학적 사유에 흠뻑 빠졌다. 완벽한 한 권의 예술서적이었다.


영화에서 5분에 한번 꼴로 ㅡ그만큼 자주 등장했다는 ㅡ 등장한 말이 있다. 챠오ciao(안녕). 영화 내내 챠오는 향연했다.


챠오 젭 감바르, 챠오 로마, 챠오 여러분

.

.

.

☞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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