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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an 15. 2023

시리어스 맨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중 18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중 18위 《시리어스 맨》. 2010년 개봉 당시 영화가 끌리지 않았다. 포스터도 별로고, 예고편도 별로여서 감상을 미뤘다. ㅡ 그러다 잊혀졌다. ㅡ 지난 주 《시리어스 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ㅡ 기억났다.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라는 걸. ㅡ BBC 선정 21세기 영화,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영화 등 평론가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ㅡ 나는 쪼랩 영화 마니아일까? ㅡ 인연이다.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물리학 교수 주인공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예고치 못한 사고를 러닝타임 내내 연속해 만난다. 래리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랍비에게 해답을 구하려 한다. ㅡ 래리와 래리가족은 유대교도다. ㅡ 래리가 마주한 사건은 아래와 같다.



1. 래리의 물리학 테스트에서 F를 학점을 받은 한국인 학생은 다시 한번 테스트를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테스트가 어려우면 그냥 성적을 올려달라고 말한다. 래리가 거절하자 한국인 학생은 몰래 래리의 책상 위에 돈봉투를 두고 사라진다.             

2. 래리는 거의 확실시되었던 물리학 교수 종신 재직권 심사에 자신을 반대한다는 투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3. 래리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과 함께 래리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4. 래리의 동생은 평생 백수로 지내면서 래리에게 얺처 살았고, 사고친 동생의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고용한 변호사 비용을 한국인 학생의 뇌물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인 학생의 성적을 올려준다.

5. 래리의 아들은 아버지 몰래 대마초를 피웠고, 몰래 레코드 정기구독 대금을 아버지 앞으로 청구한다.

6. 래리의 딸은 래리의 지갑에서 돈을 조금씩 훔치지만 래리는 몰랐다.

7. 이웃과 뒷마당의 경계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다.

8. 일이 풀리려 할 즈음 래리는 담당의사로부터 흉부 엑스레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받기 위해 병원에 와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9. 영화의 마지막 장면. 래리의 아들은 불길한 토네이도와 맞닥뜨린다.



어쩌면 미국 중산층 비유대인 가정에서도 있을 법한 불행은 아닐까?


* 랍비[히브리어] - 유대교의 율법학자를 이르는 말. ‘나의 스승’, ‘나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02.

물리학 교수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가르친다. 수학으로 설명하는 세계. ㅡ 현대는 결정론적(뉴튼식) 세계가 아닌 확률론적 결정론(양자역학)의 세계 ㅡ 인간은 운명이 정해진 것도, 모든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왜 뇌물을 주는 제자를 가르치게 되었는지, 왜 대마초를 피우는 아들을 낳게 되었는지, 왜 무례한 이웃과 이웃으로 살게 되었는지, 왜 바람을 피우게 될 아내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래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그저 살아갈 뿐.



"Receive with simplicity everything that happens to you."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_영화 속 대사



#트리비아 #trivia

영화는 1967년 미국 미네소타주 한 교외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래리 고프닉과 그 가족을 둘러싼 공동체는 모두 유대인으로, 이 설정은 코엔 감독 형제가 미네소타주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에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_네이버



03.

좌충우돌 래리(마이클 스터버그). 영화 속 래리는 지치고, 피곤하고, 쫓기 듯 그려졌다. 래리와 랍비의 대화에서 몇 차례 언급된 히브리어 "올람 하바". ㅡ 올람 하바 뜻은 메시아가 재림할 시대, 다가올 시대 ㅡ 래리는 유대교도로서, 물리학자로서, 양 극단의 사상을 동시에 품었다. 갈팡질팡 하는 것 같았다. 기대 없는 희망을 갖은 채. 만약 그 날(죽음)이 오면 담백히 맞이할 것 같은



마지막으로...

딱히 화려한 테크닉이나 긴장감, 서스펜스는 없었다. 유대인 공동체의 일상과 유대교 성인식 등 유대인들이 사는 모습. 그러한 평범함이 불안해 보였다. 불안을 감내해 살아가는 것 같았다. 코엔 형제식 비틀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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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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