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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14. 2022

로마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 2018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ㅡ 주변에 영화 좀 본다는 친구들은 다 봤다. 반드시 뒤따르는 말이 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고전이 될 명작. ㅡ 이상하게 평론가, 관객 평가, 주변 친구들. 모두 높은 평가를 한다. ㅡ 나는 청개구리 ㅡ 거부감이 들었다. 《로마》는 그래서 미뤘다. 최근 미카엘 하네케 감독 《하얀 리본》을 보고 흑백영화의 간결함과 순도 높은 메시지 전달력에 흑백영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어쩌면 21세기 흑백영화는 화려한 CG와 카메라 움직임에 지친 관객에게 본질을 묻는 오아시스 같은 영화가 될지 모른다. ㅡ 때가 왔다. 《로마》를 봐야 할 때. ㅡ 이제 어떤 선입관 없이 순수히 영화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한다. "딸깍, 딸깍"


덧, 영화의 제목 《로마》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동명의 거주구역에서 따왔다. 애당초 주된 영화 촬영 장소인 소피아 일가의 주택도 세트가 아니라 이 동네에 있는 진짜 집이다. 참고로 이 집 맞은편엔 쿠아론 감독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 있다고 한다.



01.

(좌) 클레오와 막내 (우) 성모 마리아와 예수

*피에타. 《로마》가 화제가 되었던 당시. ㅡ 유독 기억에 남은 ㅡ 매스컴에서 '피에타' 란 표현을 썼다. 왜일까? ㅡ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여성의 사회적 약자, 차별, 억압 등. 비탄함을 말하는 걸까? ㅡ 영화 속 여성은 냉정한 현실 혹은 남성의 무자비함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아이)을 포기하지 않았고, 품었으며 동행한다. 성모 마리아(소피아 부인 혹은 가정부 클레오)는 죽은 예수(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 높은 채 하늘을 우러러 말한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 피에타Pietà - 슬픔, 비탄, 동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기독교에선 '자비를 베푸소서', '불쌍히 여기소서'를 의미한다.



02.

《로마》는 *롱테이크 장면이 많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롱테이크 장면은 가정부 클레오가 거센 파도를 헤치며 걸어가는 모습. 이어서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해 아이의 가족들과 함께 포옹하는 모습까지의 장면. 무언의 언어가 차올랐다. ㅡ 화면에 고정된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고, 찾아온 감정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ㅡ 롱테이크는 설명하려는 것이 아닌 관객의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내 각자의 카타르시를 유도할 뿐 ...


* 롱테이크 - 장면(shot)을 전환(cut)하지 않으면서 전후의 장면보다 유독 길게 찍는 촬영기법을 롱테이크(Long take)라고 한다.



#영화배경지식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보모와 같이 자라다 아빠가 떠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리보리아 로드리게즈는 쿠아론이 9개월일때 쿠아론의 집에 들어왔고, 엄마처럼 쿠아론을 키웠으며 아이들은 그녀를 리보 마마 라고 불렸다고한다. 쿠아론의 가정부인 로드리게즈는 극장에 쿠아론을 자주 데리고 갔으며, 그때 본 Marooned라는 영화가 그래비티에 영감을 줬다고 한다. 로드리게즈가 세트장에 방문했을 때 엄마가 아이들한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감독은 아픈 기억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떠올리게 만든 것 아닌가 싶어서 괜챦냐 물어봤지만 리보리아 로드리게즈는 70대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열 살 시절 쿠아론 감독이 느꼈을 감정 때문에 울었던 것이었다고 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ㆍㆍㆍ



03.

77억 명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 ㅡ 여성이 절반인 지구. ㅡ 하지만 여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주류가 아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시각 언어로(흑백으로) 세상에 고백한다. ㅡ 감사, 창피, 참회, 부당함, 연민의 이야기를 ... ㅡ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어머니 ㅡ 소피아 부인 혹은 가정부 클레오 어쩌면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ㅡ 를 존경하는, 사랑하는 감독인 것 같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마틴 스코세이지



마지막으로...

자전적 이야기, 롱테이크와 느릿한 카메라 움직임, 흑백의 영상 언어. ㅡ 서사의 흡입력, 연기는 ... ㅡ 《로마》의 언어가 시선에 닿는 순간 머리 속은 이미지로 가득 채워진다. ㅡ 극장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텐데 ... ㅡ 문득 《로마》는 즐기는 관점이 아닌 분석하는 관점으로 봐야 하는? ㅡ 보편적 공감대가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 ㅡ 흑黑과 백白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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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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