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냐고? 어떤 사람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 저 사람은 왜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닐까 이런 생각 말고 그냥 새 양말을 사줘야겠다 새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그게 사랑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했어.
오래전에 내가 사랑을 할 때 그랬거든. 그 사람의 결점 때문에 싫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주고 싶었어. 늘 연민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됐어. ⠀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렇더라. 열심히 양말을 사다가 신겨줘도. 결국엔 사랑이 끝나는 거야. 그래서 점점 더 지쳐가고 결국에는 결점이 없는 사람을 찾게 되는 거야.
애초에 양말 정도는 스스로 잘 챙겨서 신고 다닐 수 있는 사람.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 말이야. 그래서 사랑에 빠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거지. 모든 인간은 결점 투성이니까.
그래서 사람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고 관찰하게 됐지.
마음이라는 건 결코 준만큼 돌려받을 수 없는 거니까.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그러다가 어느 날 밤에 문득 깨닫는 거지 나는 결점이 있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걸
코를 골며 자기도 하고 그걸 부끄러워하기도 하는 남자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일 거야. ⠀ ⠀ 그러니까 이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 구멍 난 양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새 양말을 사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을 다 주어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