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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Nov 07. 2022

마음이라는 건 결코 준만큼 돌려받을 수 없는 거니까

사랑이 뭐냐고? 어떤 사람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 저 사람은 왜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닐까 이런 생각 말고 그냥 새 양말을 사줘야겠다 새 양말을 신겨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그게 사랑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했어.

오래전에 내가 사랑을 할 때 그랬거든. 그 사람의 결점 때문에 싫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주고 싶었어. 늘 연민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됐어. ⠀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렇더라. 열심히 양말을 사다가 신겨줘도. 결국엔 사랑이 끝나는 거야. 그래서 점점 더 지쳐가고
결국에는 결점이 없는 사람을 찾게 되는 거야.

애초에 양말 정도는 스스로 잘 챙겨서 신고 다닐 수 있는 사람.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 말이야. 그래서 사랑에
빠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거지. 모든 인간은 결점 투성이니까.

그래서 사람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고 관찰하게 됐지.

마음이라는 건 결코 준만큼 돌려받을 수 없는 거니까.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그러다가 어느 날 밤에 문득 깨닫는 거지
나는 결점이 있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걸



코를 골며 자기도 하고 그걸 부끄러워하기도 하는 남자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일 거야. ⠀

그러니까 이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
구멍 난 양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새 양말을 사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을 다 주어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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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쓴 에세이를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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