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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Mar 05. 2021

딱 한가지 소원만 들어줄게요.영화 <원더우먼 1984>

영화 #원더우먼 

예매할때 피규어도 사지 않으시겠어요? 라는 유혹적인 문구가 보였다. 탱크탑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원더우먼이 달린 플라스틱 피규어 음료세트를 받았다. 잔에는 콜라가 들어있었다. 혼자 극장을 걸으니 잔속에 들어있는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들렸다. 200석 극장에는 혼자온 여자, 뒤늦게온 커플 한쌍, 그리고 나. 단 네명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커플도 한칸씩 띄어앉아서 봐야하는게 다행이랄까. 평점이 대부분 1점인걸 생각하면, 영화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영화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황금색 수정이 등장한다. 수정을 손에쥐고 소원을 빌면 모든것이 이루어진다. 박사가 원더우먼에게  어떤소원을 빌지 물었고 그녀는 죽은 전남친을 보고싶은 것외에 다른소원은 없다고 말했다. 우연히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는 파일럿이었는데 아마도 전편에서 원더우먼을 구하다가 죽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정신을 차리니 미래에 와있었다며 그녀를 찾아온다. 타인의 몸으로 환생한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전투복이 아닌 슬립 하나만 입은 원더우먼이 침대에서 남자의 품을 파고들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은,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드문 로맨틱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듯이 악당이 등장한다. 수정에 소원을 빌면 이뤄지는대신 힘을 빼앗기는데 악당은스스로를 수정으로 만든다. 악당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소원을 빌게해서 세상을 장악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포르쉐를 갖게 해달라고 빌고, 아일랜드인을 추방해달라고 빌고, 애인이 죽기를 빌고, 대통령은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해달라고 빈다. 그 결과 세상에는 포르쉐 차들이 질주하고,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고, 핵무기로 인해 전쟁이 일어난다. 

원더우먼은 이 세상은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원을 포기해야 한다는걸 깨닫는다. 악당이 힘을 잃기 위해서는 세상모든 사람들이 소원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그녀가 먼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해야 한다. 남자는 말한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고, 세상에 더좋은 남자가 많아. 원더우먼은 딜레마에 빠진다. 지구를 구하거나 사랑하는 남자를 잃거나 둘중에 한가지를 선택해야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다시를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원더우먼이 지구를 선택한점은 어쩐지 의아하지만 그래도 원더우먼이니까. 그리고 지구를 구하러간다. 

그리고 원더우먼은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죽었고, 그게 진실이야. 세상에 진실보다 아름다운것은 없어. 

영화의 첫장면에서는 어린 원더우먼이 나온다. 신들과의 경기에서 지름길을 건너와서 우승을 하려는 찰나에 탈락하는데 그때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그런말을 한다. 너는 반칙을 썼잖아. 그건 진실이 아니야. 세상에 진실보다 중요한것은 없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진실의 가치" 일 것이다. 

악당에게 조차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고, 그 역시 자신의 소원을 포기한다. 악당은 울면서 아들에게 말한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지못했어. 너를 속여서 미안해. 나는 루저야. 아들은 그래도 나는 아빠를 사랑해. 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원더우먼은 크리스마스 트리앞에서 서있다. 눈이 내리고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트리에는 조명이 켜진다. 정말 아름다워. 한남자가 중얼거린다. 미안해요. 혼잣말이었어요. 그는 전남친이 몸을 빌려썼던 바로 그 남자다. 원더우먼은 미소를 짓는다. 둘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짧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거리에서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원더우먼은 혼자 남아서,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라고 혼잣말을 한다. 

좋은 영화였다. 영화 초반에 그녀가 레스토랑에 앉으면 웨이터가 와서 일행이 있으신가요? 라고 묻는다. 그녀는 아니. 혼자에요. 라고 말한다. 그녀의 마음은 지난 시즌 파일럿 남자친구가 죽던 순간에 멈춰있다. 다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게요. 같은 아주 평범한 말도 한다. 아주 평범한 여자처럼. 그녀는 혼자다. 극장에 앉아 피규어컵을 손에 쥐고 영화를 본 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결국 혼자 남는다. 포르쉐를 갖거나, 죽도록 미운 사람이 죽거나, 많은 돈이나 핵무기를 가지게 된다고 해서 인간은 쉽게 행복해지지 않는다. 인간이 이루고 싶어하는 소원이라는건 실로 허망한것이다. 

가장 중요한것은 진실이라는것을 모두가 잊는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루저야. 나는 혼자야. 라고 인정하는 것. 상처를 주면 받는 것. 그걸 버티고 서있는 것. 진실을 받아들일때 인간은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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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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