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 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2월까지 나는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수시로 기업의 공시를 분석하고, 취재원과 통화하는 나날이었다. 고단했지만, 동시에 치열하게 살아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다 올해 2월, 난 퇴사를 결심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절실했던 건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기자와 작가를 병행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자는 퇴근 후에도 취재원과의 저녁 미팅이 있고, 매일 아침 회의에 내놓을 발제를 밤늦게까지 고민해야 한다. 말 그대로 '워라밸'이 없다.
그래서 퇴사를 하면 내가 쓰고 싶은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기자 시절엔 업무에 치여도 안정된 '고정 수입'이란 보상이 있었다. 퇴사 후부턴 수입이 끊겼고, 또 다른 불안이 엄습했다. 시간은 많아졌지만, 기상 시간은 흐트러지고, 루틴은 무너졌다. 직업이란 결국 ‘돈을 받으며 루틴을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였다는 걸 깨달았다. 루틴이 사라지니 루즈해졌고, 루즈해지니 글도 안 써졌다.
그럴 때 하루키가 떠올랐다. “그냥 써라.” 그는 복잡한 이론이나 기교보다, 쓰는 행위 그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난 문득 물었다. 난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명성을 얻기 위해서였나?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쓰고 싶어서였나? ‘작가’라는 말보다는, ‘유명한 작가’라는 말에 더 끌렸던 건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그냥 쓰자. 처음부터 완벽하려 하지 말고, 하루 한 문장이라도 써보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브런치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다짐의 연장선이다. 중요한 건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처음부터 작가를 꿈꿨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29살까지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하던 사장이었고, 어느 날 야구 경기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 장면으로부터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치 외계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그는 “아,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부엌 테이블에 앉아 첫 문장을 써 내려갔다. 그것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시작이었고, 그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 됐다. 당시 그의 나이 30살.
난 올해로 만 34살이다. 더 이상 내 꿈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 큰 목표나 대단한 계획은 없다. 다만 매일 한 문장씩 쓰는 것, 그리고 그 문장이 삶의 방향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루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