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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끝없는 굴레

위기 앞의 친절

by 하루만 Mar 20. 2025

전화벨이 울린다.

"00 논술"

핸드폰에 뜬 연락처를 본 나는 던 일을 멈췄다.

'엇,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간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이 편에 보내주신 카드가 한도초과라고 나와서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 순간 올 게 왔다는 생각과 함께 입이 탔다.

"아,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른 카드로 보내겠습니다."

벌어진 입에서 겨우 대답을 내뱉 혹여라도 친구들 앞에서 아이가 멋쩍지는 않았는지 처라도 받았을까봐 염려가 된다.


결제할 다른 카드를 확인기 위해 지갑을 여는데 포켓안에 들어있던 몇 개의 동전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마치 위기 상황이 불어닥친 우리 가정의 경제상태를 보여주는 것 처럼 말이다.


"아이학원결제도 못하고 있어. 이거 도대체 언제 해결되는거야?"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낭떠러지라는 것을 남편에게 알리는 내 뒷골이 심하게 당긴다.


사업이란 언제, 어떻게 들어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을 대비하는 비상자금이 꼭 갖춰져있어야 한다. 다만 예상치 못한 구멍이 예비해 둔 비상자금의 액수로는 택도 없을 때, 당황한 인간은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은행을 찾아가게 된다.


은행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그 담벼락이 중세의 요새처럼 높기만 하다. 그러나 문을 열고 상담의자에 앉아 친절한 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에 휩싸인다.

"고객님, 신용등급이 높으시네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당장 해결해야했던, 내 손 안에는 절대 없던 큰 돈이 별다른 어려움없이 서류절차 몇 번으로 순식간에 내 계좌로 꽂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인 것이다.




책 자본주의에서 빚은 '선'이라고 했다.(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빚 없이는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고, 난 그 빚을 권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유혹에 그렇게 발을 들이고 만 것이다.


"다행이야. 일단 급한 건 다 해결했어."

남편의 말에 나는 만족스럽게 숨을 내쉰다.

그러나 뒤이어 펼쳐진 날들은 결코 우리를 만족시키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이번 달도 이자내고 생활비하면 마이너스야. 저번 일 해결하고 프로젝트 진행하면 대출 어느 정도 갚을 수 있다고 했잖아?"

대출을 갚기 위해 세운 계획은 틀어지기 일 수 였고, 늘 돈은 더 급한 곳으로 흘러가 증발해버렸다. 결국 빚 때문에 또 다른 돈이 필요했고 그것을 마련하려면 다시 무언가를 줄이거나 한번에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위기 앞에 떨던 나에게 선심쓰듯 친절을 베푼 자본주의의 대출은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끝없는 굴레였다. 벌고, 사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고 황홀한지 끊임없이 광고하는 자본주의 에서 어나 결국 나는 비워내기를 선택했다.


"집 줄여. 이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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