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이가 엄마를 더 세게 불러 댄다.
응, 알았어~ 잠깐만!! 엄마 이것만 하고 갈게
엄마가 빨리 오지 않으면 아이는 더 큰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 댄다.
엄마가 이거 하지 말라고 했지,
엄마 말 들었어?,
이렇게 하면 엄마 힘들어~~
아이와 함께 있으면 내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계속 붙어 나온다. 아이도 나를 엄마라 부르고, 나도 나를 엄마라 부르니 대화 중 엄마라는 이름이 난무한다. 예전에 내 입에서 나오던 엄마라는 단어의 대상은 내 엄마였는데, 엄마는 이제 할머니로 이름이 바뀌었고 내가 엄마가 되었다. 근데 아이가 세상에 나와 직접 대면하며 누군가의 엄마가 되니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
말도 하지 못하고 잠만 자고 잠깐 씩 눈을 뜨는 갓난아기에게도 엄마가 말이야… 이러면서 사람들은 아이와 이야기를 잘 이어 나간다. 난 처음부터 이런 말들이 너무 낯간지럽고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 아이를 이제 만났는데 왠지 너무 친한 척을 한다는 느낌이랄까. 내 뱃속에 짧지 않은 시간 있었지만, 얼굴을 보고 진짜로 만나는 건 처음이니 어색한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건 오직 나만의 생각인가? 만나자마자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어색하기만 한 건 오직 나만의 문제인 걸까?
임신을 하면 여자에게는 엄마라는 칭호가 부여된다. 그 칭호와 함께 모성애라는 큰 책임도 세트로 들이닥친다. 엄마라면 이렇게 해야지, 엄마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 ….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아마 끝도 없을 것 같다.
애를 낳으면 당연히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사실 그렇지 않았다. 아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거나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아이가 낯설었다. 오히려 처음 만나는 이 아이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들처럼 아기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사랑해라고 고백하지 못한 나는 왠지 이상한 엄마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모습이 정상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가운데, 아이 키우기의 지상명령을 잘 수행하려니 매일 같이 혼이 빠지는 건 다반사였다.
어찌어찌 시간이 제법 흘러 아이는 이제 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아이와 나는 많은 일을 겪었다. 열이 펄펄 나 밤잠을 설친 적도 있고, 버릇을 고치겠다며 한 시간을 울어 젖혀도 시선 한번 안 준 적도 있다. 식사예절을 가르친다고 굶겨본 적도 있고, 훈육을 하다가도 예쁜 미소에 홀랑 넘어가 간식을 꺼내 준 적도 있다. 우리는 그 사이 더 많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처음 만나 낯설었던 아이가 이제야 어떤 아이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이 꼬맹이도 나와 제법 살았다고 이제는 눈치가 백 단이다.
이제는 스스로를 엄마라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다 못해 내 이름이 엄마로 바뀌었나 할 정도이다. 아이와는 그 시간만큼 더 가까워졌고,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강요받았던 모성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굳이 모성애라고 부르고 싶지 않지만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은 점점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제는 나도 엄마인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