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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킹 받는 다이어트 성공기

by 하루살이


한국인의 평생숙제가 있다면 영어와 다이어트가 아닐까? 정말 징글징글하다. 특히나 이 다이어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출산을 반복하고 나잇살이라는 게 더해지는 순간 목표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갈 길은 더 험난해진다. 그렇게 힘들다는 다이어트를 나는 성공했다.


평생 운동을 통해 살을 빼겠다 다짐해 왔던 나였다. 그래서 열심히 하거나, 게을리하거나, 등락은 있었지만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있다는 바보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왔다. 연예인들의 극심한 다이어트 (식사제한)을 보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보니) 그게 제일 빠른 길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살을 뺏느냐고, 비결이 무엇이냐고. 사실 난 살을 빼지 않았다. 그냥 살이 빠져버렸다.


인간의 가장 강한 적은 스트레스이다. 강한 정신적 부담은 인간의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과도하게 먹어서 살이 더 찌고 또 어떤 이는 스트레스로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다행히도(?) 후자에 속했다. 나를 압도하는 스트레스는 식욕을 앗아갔고, 조금이라도 먹으려면 음식물이 목구멍을 할퀴고 지나가는 것 같아 음식을 삼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나마 먹은 것들도 소화가 되질 않아 조금이라도 욱여넣으려 해도 불가능했다. 당연히 식사량은 평소의 4/1 수준으로 내려갔고,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않았다. 신경이 예민해지다 보니 술이 예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들은 아무리 곱씹고 돌려 생각해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이러면 어땠을까? 이런 건 맞는 걸까? 저렇게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워 잠은 오지 않고, 그야말로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제법 많아졌다. 루머일지 모르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하룻밤만에 백발이 되어버렸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나의 스트레스 혹은 나의 집착적 사고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내 몸은 점점 수척해 갔다. 결국 두어 달 사이에 10kg 정도가 내 몸에서 사라졌다.


고맙게도(?) 지긋지긋한 문제들은 나를 20대의 몸으로 소환해 주었고, 다행히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결국 해결되었다. 스트레스도 점점 사라져 갔다. 더욱 다행인 것은 그로 인해 빠진 체중을 나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식사량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이 징글징글한 다이어트를 이렇게 굶어서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 자기 관리를 통해 말 그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기왕지사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며 가벼워진 몸을 감사하게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작아져 못 입게 되었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오래된 아이템들이 리빙박스에서 살아 나와 드레스룸으로 입성하였고, 나는 그 옷들을 다시 입어보며 ‘그때 이렇게 말랐었단 말이야’를 반복했다.


생각해 보면 다이어트는 참 단순한 일이다. 더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던지, 적게 에너지를 공급하던지, 아님 둘 다 하던지, 무엇을 선택하던 원하던 답을 얻을 수 있다. 너무 단순하지만 난 그것을 그동안 할 수 있다고 말 만했지 내 의지로 이루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어서 성공자체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무의식적인 포기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패배감이 든다. 그렇게 소원했던 살이 빠졌지만 뭔가 찝찝함과 아쉬움이 남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운동에 더 열심이다. 요가는 매일 갈 수 있도록 새벽시간으로 스케줄을 조정했고, 스케이트도 짬을 내어 일주일에 두 번씩 타기 시작했다. 식사량도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간헐적 단식을 자주 하고 있다. 어쩌면 다이어트는 킹 받는 선물처럼 주어졌지만 유지어터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라 주장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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