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갈 집을 고르는 기준
1월 초, 추천받은 모기지 어드바이저와 전화 미팅 약속을 잡았다. 네덜란드에서 대출 가능 금액은 철저히 소득에 비례한다. 미리 계산기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보통 부부 합산 소득의 5배 정도가 최대치로 나왔다. 맞벌이 부부라면 운용 자금이 확 늘어나니 확실히 유리한 구조다.
여기에 현재 보유한 부동산 가치와 현금을 더해 대략적인 예산을 짰다. 그다음은 네덜란드 부동산의 성지, Funda.nl을 탐험할 차례다. 지역, 금액, 주거 형태(아파트/하우스), 침실 수, 에너지 라벨까지 상세하게 필터링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기도 하다.
� 여기서 잠깐! 에너지 라벨이란?
네덜란드 집의 단열 및 친환경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A+++~F)다. A+++ 등급은 바닥 난방과 태양광 패널 등 최신 설비를 갖춘 경우가 많아 관리비 절감에 매우 유리하다.
처음 내가 세운 기준은 꽤 야심 찼다.
면적: 125m^2 (약 38평) 이상
구조: 침실 4개 이상의 단독 주택
환경: 에너지 라벨 A 이상, 신축 매물
입지: 회사 자전거 출퇴근 가능, 스키폴 국제 공항 인접
암스테르담이나 암스텔베인 센터에서는 이런 신축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남쪽 근교인 Uithoorn(아우트호른)과 Ouderkerk(아우더케르크)였다. 암스텔베인과 가깝지만 신축이 꽤 있고, 같은 가격 대비 평수가 월등히 넓었다.
하지만 직접 뷰잉을 다녀온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 살던 암스텔베인 남부는 마트 한 번 가려면 15분을 걸어야 했고, 쇼핑몰이라고 해봤자 매장이 몇 개 없어 늘 시내로 나가야 했다. 반면 지금 사는 암스텔베인 센터는 대형 쇼핑몰(Stadshart)에 백화점, 도서관, 각종 브랜드 매장과 금요 마켓까지 열려 생활 만족도가 압도적이다.
구글맵으로 본 외곽 지역의 쇼핑몰은 예전 남부 시절의 데자뷰를 보는 듯했다. 대중교통도 문제였다. 그나마 트램이 다니는 곳은 낫지만, 버스만 드문드문 오는 아우더케르크 지역은 차 없이 살기엔 너무 불편해 보였다. 게다가 백인 네덜란드인들이 주를 이루는 작은 마을 특유의 끈끈함은 우리 같은 외국인 가족이 녹아들기에 보이지 않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암스텔베인 센터가 가진 장점이 다시 보였다. 아시아 엑스팟(Expat) 친화적인 분위기, 훌륭한 학군,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 암스테르담의 편리함과 교외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2주간 8곳의 뷰잉을 마친 뒤 결단을 내렸다. 주식 계좌를 탈탈 털어서라도 암스텔베인 센터의 주택을 사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네덜란드 특유의 세금 체계도 한몫했다. 네덜란드는 매년 1월 1일 자산 기준으로 실제 수익과 상관없이 약 6%의 추정 수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데, 이 돈을 집에 투자하면 향후 집값이 올라도 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발품을 판 덕분에 방향성은 확실해졌지만, 대신 예산이 3-4억 가량 훌쩍 뛰었다. 암스텔베인 센터에는 신축이 없으니 수리가 잘 된 구축으로 타협했다.
면적: 150m^2 (약 45평) 이상 (더 넓어졌다!)
입지: 암스텔베인 센터 (기존에 원했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학군지이기까지 하다.)
상태: 에너지 라벨 A, 올 리모델링 된 구축 하우스
역시 집은 직접 봐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제 이 까다로운 기준에 딱 맞는 그 집을 찾아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