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감기를 앓으며 찾아낸 매물: 뷰잉 생존기
지역과 예산을 정했다면, 이제 집 구매의 꽃이자 가장 체력 소모가 큰 단계인 '뷰잉(Viewing)'이 시작된다. Funda.nl에 설정해둔 필터를 수시로 확인하며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면 즉시 예약 요청을 보냈다.
이전 집을 살 때는 요청을 보내기도 전에 "이미 팔렸다"는 허탈한 답변을 듣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가격대가 있는 매물들을 봐서인지 다행히 대부분 뷰잉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약 2주간 11곳에 요청을 넣어 8곳을 직접 방문했다. 일정이 워낙 타이트했던 탓에 나는 결국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고, 온 가족이 감기를 옮아 고생할 만큼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8채의 집을 둘러봤지만, 우리 가족이 여기서 사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집은 단 2채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일단 영상부터 찍었다. 뷰잉 때는 흥분해서 보지 못했던 단점이나 세세한 구조를 나중에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또한 현장에서 중개인에게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집을 파는지, 판매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높은 가격인가, 빠른 잔금 처리인가, 현금 비중인가 등)이 무엇인지 파악해두면 나중에 입찰 전략을 짤 때 결정적인 힌트가 된다.
마침내 우리의 마음을 뺏은 집은 암스텔베인 인근의 낡은 집을 전문적으로 리모델링해 파는 업체가 손본 타운하우스였다. 2025년에 구매해 거실을 확장하고 3층을 새로 올린, 그야말로 새 집 같은 구축이었다.
물론 100% 완벽하진 않았다. 지금 사는 아파트보다 주방 수납공간이 작고 침실 사이즈도 아담해 별도의 수납 가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압도적인 장점들이 있었다.
즉시 입주 가능: 열쇠만 받으면 손볼 곳 하나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공사업체 부르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엄청난 메리트다.)
희귀한 에너지 A+++ 등급: 단열과 관리비 걱정을 덜어주는 최고의 조건이다.
환상적인 입지: 회사, 쇼핑몰, 공항, 국제학교, 한글학교가 모두 가깝다. 대중교통이 워낙 좋아 자산 가치 상승이 꾸준한 지역이다.
글로벌 커뮤니티: 외국인 거주 비율이 50%에 달해 아이가 자라면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아이를 위한 환경: 뒷마당의 진짜 잔디, 도보 3분 거리의 놀이터, 그리고 아이 있는 이웃들까지.
좁은 침실에서 숨죽여 살던 '나무늘보' 생활도 이제 끝이 보였다. 뒷마당 잔디 위에서 맨발로 뛰어놀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지독했던 감기 기운도 씻은 듯 나은 기분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이 완벽한 집을 쟁취하기 위한 '비딩(Bidding)'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