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집 사기 대장정 5

계약서 서명과 함께 날짜 카운트다운 시작

by Yoon

집 구매까지 D-19: 787유로의 안심 비용, 주택 검사

낙찰의 기쁨도 잠시, 바로 다음 주에 주택 검사(Technical Inspection)를 진행했다. 우리 집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매물이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일반인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누수, 보안, 곰팡이, 지붕 상태 등을 점검하는 필수 과정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작은 하자가 있다면 가격 협상의 카드로 쓸 수 있고,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면 계약 전 프로세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일정이 워낙 촉박했던 탓에 급하게 업체를 섭외했더니, 예상(400유로)보다 두 배 가까운 787유로가 청구됐다. 쓰라렸지만 안심 비용이라 생각하며 지불했다.


검사 당일, 두 명의 검사관과 함께 집 구석구석을 살폈다. 육안으로 꼼꼼히 살피고 사진을 찍는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보통은 2~3일 뒤 리포트를 받고 계약서에 서명하지만, 나는 갈 길이 멀었기에 "큰 문제 없다"는 구두 확인만 듣고 바로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나중에 리포트를 보니 뷰잉을 두 번이나 갔으면서도 화재 경보기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image.png 내가 받은 집 검사 리포트 - 항목 별로 사진과 함께 권장 사항 및 대략적인 비용에 대해 알려준다.

집 구매까지 D-16: 3일간의 변심이 허용되는 시간

드디어 암스테르담에서 나의 모기지 어드바이저를 직접 만났다. 구매 계약서 조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은 뒤, 집에 돌아와 경건한 마음으로 디지털 서명을 마쳤다.

네덜란드에는 3일 쿨링 오프(3-day cooling off period)라는 조항이 있다. 계약서 서명 후 3일 이내에는 어떤 페널티도 없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법적 변심 기간'이다. 나는 월요일 저녁에 서명했으니 목요일 자정까지는 자유의 몸이었던 셈이다. 이 단계에서 쓰는 서류는 공증인 사무소에서 작성한 1차 구매 계약서(Koopovereenkomst)이며, 나중에 판매자와 공증인 앞에서 최종 계약서(Akte van Levering)에 서명해야 비로소 집 구매가 완전히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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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대출과 모기지 설계

철회 의사가 전혀 없었던 나는 곧장 모기지 신청에 돌입했다. 심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인 ABN AMRO를 선택했다. 미팅에서는 내가 투입할 현금 자산, 현재 거주 중인 집의 가치, 그리고 브릿지 대출(Bridge Loan)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 브릿지 대출이란? 새 집을 사고 기존 집을 팔기 전까지, 기존 집 평가액의 약 90%까지 이자만 내며 빌리는 단기 대출이다. 보통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나의 전략은 명확했다. 현재 모기지가 없는 우리 집을 최대한 빨리 팔아 브릿지 대출 이자와 유지비를 없애는 것. 그리고 판매 대금을 전액 새 집 모기지 상환에 쏟아부어 매달 나가는 원리금을 최소화하는 것을 계획했다.

여기에 화재나 누수 등 건물 피해를 대비한 주택 보험(Opstalverzekering) 안내까지 받고 나니, 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실감이 났다. 오래된 투베드룸 아파트를 떠나, 진짜 잔디가 깔린 새집으로 가는 길이 이제 딱 보름 남짓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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