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집 사기 대장정 6

D-14, 예상치 못한 복병: "지금 당장 현금 잔고를 증명하세요"

by Yoon

집 구매까지 D-15: 일사천리로 진행된 모기지 오퍼

화요일, 여러 모기지 옵션을 검토한 끝에 가장 마음에 드는 조건을 골라 어드바이저에게 전달했다. 단 하루 만에 은행으로부터 모기지 오퍼 레터(Offer Letter)를 받았고,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운 줄만 알았다.


집 구매까지 D-14: 평온을 깬 수요일 저녁의 이메일

수요일 저녁,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갑작스러운 서류 제출 요청이 날아들었다.

집 구매에 투입될 현금 자산의 잔고 증명서

최근 은행 계좌 명세서

모기지 계약 신청서

혼전(또는 혼후) 계약서: 네덜란드 법상 혼인 상태에서 취득한 자산은 누가 돈을 냈든 공동 소유가 원칙이다. 나는 이번 집을 단독 명의로 구매할 예정이었기에, 이를 증명할 법적 서류가 반드시 필요했다. (우리는 급히 혼후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이 눈물겨운 과정은 따로 다뤄보겠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현금 잔고 증명이었다. 월요일 미팅 때만 해도 이런 언급이 전혀 없었기에, 당장 큰 금액을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피를 말리는 'No Financial Contingency'의 무게

나는 이미 '금융 조건 없음' 조항에 서명한 상태였다. 만약 정해진 기한 내에 모기지 승인을 받지 못하면 집값의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문제는 내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묶여 있었다는 점이다. 해외 주식 플랫폼 특성상 매도 후 내 계좌로 입금되기까지는 최소 2~3 영업일이 소요된다. 최종 구매일로부터 고작 9일 전까지도 현금을 손에 쥐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예전에 모기지 없이 집을 샀을 때는 잔금일 전까지만 에스크로 계좌로 송금하면 됐기에, 모기지 심사 단계에서 이토록 일찍 전액 현금화를 증명해야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 구매까지 D-9: 벼랑 끝에서 거머쥔 잔고 증명서

금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남은 주식들을 모조리 던졌다. 제발 제때 입금되기만을 기도하며 주말을 보냈고, 월요일 오후 마침내 은행 계좌에 찍힌 숫자를 확인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잔고 증명서를 떼어 어드바이저에게 보냈다. 서류를 전송하고 나서야 비로소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No Financial Contingency'라는 조항이 주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고, 다시는 이런 무모한 일정으로 계약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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