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터 유산까지, 집 사면서 남편과 "이혼 이후"를 논하다
네덜란드 법에 따르면 혼인 전 각자 보유했던 자산은 배우자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혼후 계약서(Postnuptial Agreement) 작성을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집 구매 프로세스에 뛰어드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서류는 모기지 심사의 필수 조건이었고, 늦어도 잔금 처리 일주일 전에는 반드시 손에 쥐어야 했다.
정신없는 나를 대신해 남편에게 공증인(Notary) 예약을 부탁했지만 일주일째 무소식. 결국 내가 직접 근처 공증인 사무소 세 곳에 전화를 돌린 끝에 겨우 일정을 잡아냈다. 만약 일정이 맞지 않아 집을 먼저 산 뒤 나중에 자산을 나누려 한다면 절차가 몇 배는 복잡해진다. 유럽도 사람 사는 곳이라, 딱한 사정을 설명하니 다행히 한 공증인 사무소에서 일을 맡아주겠다고 했다.
공증인과의 1차 미팅 날. 계약서에 들어갈 조항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이미 남편과 충분히 논의한 터라 조율은 순조로웠다.
흥미로운 사실은 네덜란드에서 별도의 계약서가 없으면 이혼 시 연금(Pension)까지 무조건 공유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혼 시 연금을 포함한 개인 자산은 각자 소유하기로 명시했다. 또한 별도의 유서가 없다면 사망 시 배우자와 자녀가 유산을 상속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어떤 부부들은 이혼 시 양육 방침까지 미리 적어둔다는데, 우리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먼 미래의 일까지 미리 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드디어 최종 서명일. 공증인과 우리 부부, 그리고 공인 영어 통번역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증인이 계약서 내용을 읊으면 통번역사가 구두로 번역해 주는 과정이 이어졌다. 서류에 서명을 마치면 공증인이 원본을 법원에 제출하고, 2~3일 뒤 완료된 서류를 온라인으로 보내준다. 다행히 모기지 심사에는 공증인이 서명한 디지털 카피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로써 가장 마음 졸였던 숙제들을 한꺼번에 끝냈고, 피를 말리던 서류 전쟁이 일단락 되었다.
현금 잔고 증명 완료
서명된 혼후 계약서 확보
주택 건물 보험 가입 서류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