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을이 언제 시작되는지, 계절의 끝과 시작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까지 의문이 끊이지 않게 된다.
기상청의 기준은 정확하겠지만, 그건 기상청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왜 그걸 엄밀히 재단을 해야하는지, 대강 그렇게 이해하고 살아가면 되지 않는지'라고 한다면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한가해서 계절을 느끼는 일이 스스로에게 아주 중요한 과업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공은 내게 넘어온다.
언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여름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어떻게 가을의 시작을 스스로에게 공표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설레어서 일찍 공표했다가는 면목이 없게 되는 일이 있을 것 같다. 엄격하게 여름의 모든 요소가 사라진 뒤, 안심하고 가을을 선포하자니 겨울과 여름 사이 아주 짧은 날만 남아 아쉬울 것 같다.
지나간 여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다가올 가을을 기대해본다.
골똘히 생각해본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더운 낮엔 '아직 여름이네', 서늘한 아침저녁으로는 '이제 가을이네'하고 헛기침을 할 수 밖에 없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각각의 계절은 살면서 한 번씩일 뿐이어서 그렇다.
계절이든 삶이든 거기 속한 사람 나름대로 끝내고 시작하는 방식이 있고, 내 계절과 삶은 그렇게 흐리멍텅하고 어영부영 끝과 시작이 겹친다.
썩 만족할만한 건 아니지만, 아주 나쁘지만도 않다.
그게 진실과 영 딴판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