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rutada

물에 발을 담근다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다


갈매기들이 똥을 싸고 돌아가

숨는 구름

구름보다 큰 바다


멀리 등대불빛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정렬되는 빛


그보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하루에 단 한 번의 울림만

와서 닿는다


바다 깊은데 솟는

용암 같은 물이

발 끝까지는 닿지 못한다


흑두루미들이

불빛보다 종소리보다

더 멀리로 갔다가

어느새


발을 건져 말려

높은 언덕 넘어

집으로 돌아가며


모든 것들이 비유란 걸

깨닫고 나서


바다는

영혼이 없는데도

천국과 같아서

다행이다


대문에서

널 맞이하는 것도

너임을 깨닫고


흑두루미가 아니라

개똥지빠귀


언젠가 내가 바다였거나

흑두루미였거나

개똥지빠귀였거나

등대지기였거나

종이었거나


바닷바람에 실려온 습기가

땔감에 곰팡이를 피웠다


곰팡이를 음지에 묻고

온전한 것은 양지에


서서 꿈꿀 순 없지만

꿈꾼 채로 서 있을 수는 있다


어렸을 적엔

꿈과 이야기를 구분하지 않았던 걸

기억해 내고


방금 보고 온 바다가

사해는 아니었을까

그랬다면

발이 동동 떠다녔겠지


연기가 많이 나는 땔감은

부리로 나무를 쪼는 소릴내며


뭔가

문을 두드린다


한 순간도 네가 아니었던

다른 무언가

문을 두드린다


불붙은 땔감에

발을 말리며


너는 물에 발을 담그는

상상을 한다


이번엔 발이

동동 떠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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