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먹기에 김치가 참 비싸다. 그렇다고 만들어먹기엔 많은 품과 솜씨가 필요하다.
무생채는 김치에 비해 들어가는 값과 노력이 훨씬 덜해서 마음이 편하다.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간과 익힘을 잘 찾으면 맛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반찬이 되고, 웬만한 채소는 다 넣을 수 있어서 다채로운 맛과 식감의 변주를 시도하기도 쉽다.
적은 분량을 자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여러 깨우침을 준 과외선생님 같은(산파술을 쓰는) 반찬이기도 하다.
재료: 무 (1/3~1/4통 정도)
부수재료: 대파, 쪽파, 부추, 양파, 당근, 오이 등
1. 채썰기
무를 채 써는 것이 첫 번째인데, 좀 번거롭지만 여유가 있다면 칼로 써는 것도 좋다. 무는 썰기 쉬워서 재미도 있고, 연습도 될뿐더러 썰리는 감촉과 소리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소일거리가 된다. 채칼로 써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채칼은 칼에 비해 날카롭지 않고 날을 갈 일도 없어서 무가 쉽게 물러지는 것 정도가 생각할 점인 듯하다.
2. 부수재료들
대부분 채소가 무생채에 잘 어울리지만, 재료의 수분과 물러짐 정도는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오이나 양파는 쉽게 물러지고 물을 많이 뱉어내기 때문에 생채를 덜 익혀서 먹을 때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당근이나 쪽파는 그게 상대적으로 덜하다 보니 오히려 좀 더 익혀먹을 때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물론 오이의 물기를 잘 뺀다면 시간이 지나 꼬들해지고 간도 잘 베며, 당근은 덜 익혀서 먹을 때 단 맛이 강하고 아삭하니 재료나 취향을 잘 고려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부수재료들은 보통 무와는 그 단단함이나 물기가 빠지는 정도가 달라서 양념하기 직전에 넣는 것이 좋다.
간하기: 소금 1스푼
보조 간: 뉴슈가 1/4스푼, 설탕 1/2스푼, 올리고당 1스푼
3. 간하기
채 썬 무 1/3~1/4통 정도에 소금을 한 스푼 정도 넣어 잘 섞어서 간을 들인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15~30분 정도 뒤에 물기를 빼는데, 취향에 따라 물을 덜 빼도 좋으나 그럴 때는 소금을 좀 줄이는 것이 좋다. 남은 물에 소금기가 많이 남아있어서 생채의 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4. 보조 간
겨울무는 달아서 그대로 써도 괜찮지만, 다른 시기의 무는 아리거나 밍밍한 경우가 많아서 뉴슈가를 1/4 스푼 정도만 같이 넣어주면 자연스러운 단 맛이 보완된다. 무를 여기저기서 구입해 보니 겨울무가 아니어도 단단한 경우는 있는데, 단 맛은 겨울무가 아니면 잘 안나는 것 같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넣어서 간하고 나중에 물기를 많이 빼면 상대적으로 보쌈김치나 김치처럼 자극적인 맛과 꼬들한 식감을 내기에 좋다. 올리고당은 빠르게 간이 들면서 물을 많이 뱉고 간은 덜 한 편이고, 설탕은 천천히 배어들고 더 단 맛을 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5. 물기 빼기
단단한 무는 물기가 빠지는 속도가 느리고, 무른 것은 물기가 쉽게 빠진다. 온도가 낮으면 천천히 물러지고, 높으면 쉽게 물러진다. 물기를 꽉 짜면 꼬들해지고, 덜 짜면 처음에는 아삭하고 익힐 수록 부드러워진다. 상쾌한 생채의 느낌을 내고 싶으면 물기를 덜 빼는 것도 생각보다 좋고, 간이 강하고 감칠맛 강한 김치의 느낌을 내고 싶으면 꽉 짜는 것이 좋다.
양념: 고운 고춧가루 3, 멸치액젓 3, 매실액 2, 다진 마늘 1
부수양념: 식초 1, 굵은 고춧가루 1, 다진 생강 1/2, 미원 1/2
6. 양념하기
양념은 정말 취향차이이다. 나는 간은 강하고, 감칠맛이 강한 것을 좋아하지만, 상큼한 맛을 원한다면 식초와 다진 생강을 넣거나, 고운 고춧가루를 줄이고 굵은 고춧가루를 추가하며 양을 조절하는 등으로 다양하게 맛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미원을 넣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더 생채의 느낌이 강해지는 것 같다. 물론 양념할 때 같이 섞는 부재료의 특징에 따라서도 맛과 향은 달라진다.
무생채를 같이 먹어보면, 감칠맛, 상큼한 맛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느끼거나 생각하는 범위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무생채는 자주 간을 바꿔가며 만들고 맛보기 쉬우니 그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7. 맛보고, 고쳐보기
양념을 마치면 냉장고나 실온에서 적당히 익혀서 먹거나, 바로 먹으면 된다. 익히는 정도에 따라 간이 베어 들거나 숨이 죽는 정도, 시원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 역시 여러 번 본인 취향에 맞게 시도해 보면 좋다.
맛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되도록이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 음악이나 영상 없이 밥을 먹는데 온전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으면, 첫 번째로 상대가 맛있다고 해 줄 확률이 커서 용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고, 두 번째로는 솔직한 평가를 듣기도 쉽다. 용기를 얻는 것은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데 정말 중요한 것이고, 솔직한 평가는 아무 생각 없이 다음 요리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굳이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먹으면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밥을 먹는데 집중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한데, 내가 만든 요리가 이렇게 훌륭하거나(감탄) 엉망일 수 있다는 것(헛웃음)을 온전히 깨닫게 되기 좋아서이다. 감탄이 나는 요리라면 '이 훌륭한 요리를 나 혼자만 먹다니'라는 식으로 용기를 내기 쉽게 되고, 실망스러운 요리라면 '혼자 먹길 잘했다'는 식으로 솔직한 개선점을 찾기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