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 흩어진 우리가 해년마다 모이는 이유

제사에 하루를 꼬박 다 써가며

by 하루의 생각

매 해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맘때쯤 나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우리 집은 아직도 일 년에 몇 번 제사를 지낸다.

옛날에 비해 다행히도 많이 간소해졌지만,

몇 년 전에는 한 해에 다섯 번 넘게 치렀던 적도 있었을 만큼 우리에겐 제사가 꽤 지긋지긋한 행사였다.

그래도 나에게는 바쁜 도시에서의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제는 주말 아침부터 눈을 떠서, 언니와 형부와 점심을 먹고 과일가게에 들렀다.

제사에 필요한 과일과 이런 저런 재료 도구들을 챙겨 고향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집이 복작복작했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결혼한 후 첫 제사였다.

작년까지와 다르게 , 이 가족 행사에 함께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이다.


소중한 주말이지만, 각자의 하루를 제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행여라도 너무 늦어져서 새벽 늦게 귀가할까봐, 우리는 더더욱 합심해서 각자 알아서 역할을 맡아서

누구는 재료를 손질하고, 과일을 씻고, 누구는 전을 부치고, 달걀을 까고, 접시를 정리하고, 요리를 예쁘게 손질한다.

하지만 음식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상 위에 전 종류와 나물을 어떻게 놔둘지, 생선 머리는 어느 쪽으로 부쳐서 두는게 맞는지를 두고

매년 반복되는 소소한 실랑이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집안의 나름대로의 규칙을 따라서 음식을 올리고 나면,

돌아가신 분을 부르기 위해 종이를 반듯이 접어 지방을 쓰고, 향을 피운다.

어수선했던 분위기에도 익숙한 향기가 나면 어느샌가 마음이 정갈해진다.


생각해보면, 이건 참 비효율적인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 속도, 숫자로 보이는 성과를 추구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도 아닌 것들을

좋은 재료들을 직접 보며 장을 보고,

모양을 신경 써가며 음식을 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에 올리고,

다시 그 음식을 상에서 내린다.


그 많은 그릇들을 설거지한 후 제사 음식을 각자 먹을 만큼 나누어 담으면 밤 12시가 넘는다.

이것들을 하려고 우리는 해년마다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점점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이제는 이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게

우리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아빠의 얼굴에 주름살 하나가 더 늘어났나 확인하고,

각자 요즘 얼마나 바쁜지, 회사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하루 정도는 한 공간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을 하며

떨어져 지내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잊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다 쓰고, 생각해보면

제사는 단순히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행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가족들끼리의 결속력을 다져주는 의식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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