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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러가는하루 Jul 04. 2023

포메라니안을 보고 열심히 살고 싶어진 직장인

강아지가 준 뜻밖의 자극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강아지 어질리티 영상을 추천해 줬다. 평소 강아지라면 고민 없이 일단 보는 편이라 이번에도 본능 반 습관 반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포실포실한 회갈색 털을 가진 조그만 포메라니안. 어질리티 대화에 출전한 포메라니안은 자기 몸만 한 허들을 훌쩍 뛰어넘고 터널도 가뿐하게 통과하면서 결승지를 향해 쌩쌩 달렸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강아지를 넋을 놓고 바라봤다. 1분 남짓의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귀엽다'였다. 조그만 강아지가 부드러운 털을 흩날리며 달리는 모습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신기하게도 '열심히 살고 싶다'였다. 영상을 계속 보고 있으면 왠지 내 몸 어딘가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용감하게 경기장을 누비는 강아지의 에너지가 휴대폰 뒤에 있는 나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삼십 대 직장인인 나는 한동안 시든 식물처럼 살았다. 열심히는 일했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별로여서 한껏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내가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난 사람들 틈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나는 자꾸만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점점 더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숨겼고, 활력을 잃었다. 그즈음에 본 강아지 어질리티 영상은 뜻밖의 자극이었다. 영상 속 강아지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 잘 뛰지? 넌? 너도 같이 뛰고 싶지 않아?


영상 말미에는 경기를 끝낸 강아지의 정면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주인에게 꼭 안긴 채 입을 살짝 벌리고 빼꼼 혓바닥을 뺀 모습이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를 멋지게 마쳤다는 후련함과 많은 관중에게 박수를 받는 뿌듯함의 미소였을까? 여전히 내 몸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열기를 느끼며 나도 그렇게 웃고 싶어졌다.


https://youtu.be/GKMmAcaB5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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