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는 질문에 '안 괜찮아'라고 대답하기 힘든 건 나뿐일까. 남들만큼 행복해 보이고 싶어서, 힘들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안 괜찮은 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나를 요즘 자주 발견한다.
"회사는 별일 없어? 일하는 건 많이 안 어렵고? 직원들이랑은 다 잘 지내지?"라는 물음에 사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회사는 별일 없는데 나는 고민이 많아. 당장 맡은 업무는 안 어려운데 시키는 일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전문성이나 경쟁력은 없는 것 같고, 연차는 쌓이는데 커리어는 애매하다고 느껴. 앞으로 연봉이 얼마나 오를지도 걱정이고 이직은 생각하기도 머리 아파. 직원들은 좋긴 한데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 이 모든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울적해서 그냥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뭐, 나름 괜찮아."
괜찮다는 짧은 말로 감정을 대충 처리해버렸으니 누군가에게 위로받길 기대할 수도 없는 날, 하현상의 <Not okay>를 듣는다.
오늘이 지나도 매일이 같을 거란 생각이 나를 삼켜 달라질 거란 말 그 말들이 내겐 위로가 되지 않아 괜찮다고 말하며 애써 미소 지어 보려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걸 Now I know something's wrong Well I think I'm not okay
<Not okay>에는 내가 당신을 알아주겠다는 위로나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 같은 건 없다. 그저 괜찮지 않은 마음을 괜찮지 않다고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이다.
나쁜 상황이 마법처럼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마찬가지로 노래 한 곡 듣는다고 방향을 잃은 커리어가 명확해지거나 씁쓸하고 외로운 마음이 충만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나 안 괜찮아' 하는 가사를 가만히 읊조리다 보면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나 자신. 억지스러운 격려나 애써 힘을 내보려는 몸부림 없이 담담한 하현상의 목소리와 가사 속에서 나의 약함을 마주 보고 인정하게 된다.
'맞아 난 정말 안 괜찮아.'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한층 진정된 마음 위로는 이윽고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 하는 본능적인 의지가 찾아온다. 내 인생을 평생 책임지고 돌봐야 할 사람은 남이 아닌 나 자신임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좀더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우선, 지금껏 일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던 경험들을 되돌아보며 자신감을 되찾자. 그리고 앞으로 더 성취감을 느끼며 몰입해 일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천천히 생각해보자. Not okay가 okay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렇게 나를 위한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