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의 조각 ㅡ 8

씻는다

by 하사이 츠쿠루




대야에 물을 받으며 앉아서 가느다란 물줄기들을 맞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오롯이 나만의 시간.

때로 무릎을 양팔로 감싸 안고 머리를 파묻곤

물줄기를 맞으며 앞머리에서는 모인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차분하고 가라앉은 시간.

시간이 멈춰버린, 15분.

손바닥을 내밀어 물은 찰나에 멈추고,

머물지 못하고, 새어 흐른다.

투명하다. 깨끗하다.

쏴 ㅡ 솨 ㅡ 솨사사 ...

타다다다다 ...


대야를 두 손으로 짚고 일어나, 물을 쏟아버린다.

맞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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