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과거의 나에게(1)

by 하상인


지금에 와서는 글쓰기에 쏟은 지난 시간을 후회하진 않지만 5~6권쯤 쓸 땐 엄청나게 후회를 많이 했었다. 그래 놓고도 계속 쓴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땐 왜 써서 돈, 시간 낭비하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란 생각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혼자 있으면 뭔가 끄적이고 싶었고 후회하면서도 계속 쓰는 내가 답답해 이걸 글로 쓰기도 했다. 나란 사람은 주변을 신경 많이 쓰는 편이라, 나는 책만 낼뿐 달라지는 것 하나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커리어든, 사는 집이든 뭐든 점차 바뀌어 가는 걸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써왔던 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글쓰기 이거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교류를 그렇게 즐기지 않고 돈을 계속 지출해야 하는 활동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수입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스트레스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글을 쓰면서도 나 자신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산성이 낮은 사람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글을 쓰면서 이런 부분이 좀 괴로웠다.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건 별일 아니지만, 내가 인정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나 관계를 끊어가며 상처를 피했던 시간을 홀로 오랜 시간 부정한 것 같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부류가 많다고 하는데 그런 점과는 완벽히 거리가 먼 것이 나였다. 그래서 경제적인 것이든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든 외부의 인정을 원했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지만, 외부에서 나를 인정해 준다면 적어도 나는 내게, ‘거봐 너만 인정하지 못하는 거지 다들 알고 있었다니까? 그러니 자책 그만하고 계속 나아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얻은 인정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은 언제든 그 외부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외부에서 인정을 해주길 바란다. 무너질 수 있음을 알고, 취약하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보니 과거의 나는 늘 불안했다. ‘이렇게 하면 앞으로 미래는 없다’ 정도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난 지금 괜찮다. 5~6년 전에 걱정한 정도의 삶을 살고 있진 않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 미래를 그려가고 있고, 책을 쓸 때 도움을 줬던 친구와도 여전히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그때라면 막연하게 희망했던 강연도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의 나는 불안했지만 고통스러웠겠지만 그래도 고마운 존재다. 그때 불안하고 걱정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완전히 다른 분야로 나아갔다면 물질적인 부분의 만족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글은 써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 나중에 과거에 했던 고민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선택도 못하는 시간을 보냈을 테니 말이다. 이래서 무엇이든 시도하고 결과를 내면 그 성과의 크기에 상관없이 성장한다고 하나보다.


잘 견뎌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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