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말로 만든 삶, 글로 만든 삶

by 하상인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명언 중엔 당신이 하는 말보다 행동이 하는 말이 더 크다라는 표현도 있죠. 하지만 이런 표현과 달리 우리 사회엔 '스피치'부터 '대화법' 등 말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이 있고 심지어 결혼식 등엔 사회를 보는 사람을 따로 구할 정도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말이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 말이 가진 속성 중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두로 약속했지만,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라고 상대방이 오리발을 내밀면 문자 그대로 '있었지만 없습니다.'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말로 만드는 삶은 공허합니다. 타인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자신과의 약속조차도 자신만 모른 척하면 없는 일이 되니까요. 하지만 자기 자신을 끝까지 속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이것도 정상은 아니지만), 결국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스스로를 삶의 코너로 몰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로만 하면 일시적으론 대단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포장할 수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얻는 만족감에 취해 장기적인 성과는 만들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에서도 어떤 일을 이루고 싶으면 주변에 자주 이야기하고 그걸 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라는 방법이 있을 만큼 말로 떠드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하지 못했을 때, 혹은 즉흥적인 만족감에 취해 성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만두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조금 높을 뿐입니다.


이런 '말로 만든 삶'으로 힘든 분들은 '글로 만든 삶'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글은 말과 달리 흔적이 남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생깁니다. 또한 글은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반응에 의한 순간적인 만족감에 취할 가능성이 낮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브런치와 같이 공개된 플랫폼에 글을 쓰는 건 말로 만든 삶으로 지친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는 공개하려는 내용을 조금 더 신중하게 살피게 될 테니 말입니다. 늘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저도 제가 쓰는 말에 제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외부로부터의 만족이 아닌 나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얻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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