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생각하는 건 머리 아프다

일단 완성은 하자

by 하상인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까지 계속 쓰는 편이다. 책으로 낼 정도의 분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블로그나 여기 브런치의 글은 어지간하면 완성까진 하는 편이다. 중간에 '이건 망했는데?'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어떤 글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경고음 없이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쓰기 시작했다면 쓰는 중 계속 '경고' 알람이 울리는 것이 아니라면 끝까지 가려고 한다.



일단 마무리를 지어야 쓰는 중에 느꼈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단순히 '망했다'가 아니라 어떤 부분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사람이라면 분량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글이 아니라면 끝까지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어떤 일이든 중도에 손을 놓게 되면 그 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니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면 빨리 그만두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글쓰기에서는 끝까지 쓰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끝까지 쓰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요소가 많다. 처한 상황에 따라 장애물은 다르겠지만, 유명 작가 조앤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할 당시 영국에서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 점을 미뤄 볼 때 글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난 내부에서도 그 원인을 '생각하기'에서 온다고 판단한다. 어떤 글이든 아이디어나 소재가 떠올랐기에 쓰기 시작하지만 그걸 표현해 내는 일은 단순히 떠오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론 논리가 필요하고 비유를 해야 하기도 하며 적절한 표현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약간의 성가심이 찾아온다.


'내가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등등



이렇게 계속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가 있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는 좋았는데 막상 풀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다시 구상하는 게 불편하고 성가시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책을 보다가 다음의 말을 보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트레스의 강도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대가가 큰 법이다."



첫 문장이 가볍게 시작됐는데 그 이후 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다고 그만두면 가볍게 잘 시작한 첫 문장도 힘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기가 힘들다고 멈추면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전까지 잘 쓴 글들도 포기하는 일이 된다. 앞서 언급한 조앤롤링도 그랬을지 모른다.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잘 안 써진다는 스트레스로 그만뒀다면 우리가 아는 해리포터는 나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일단 쓰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써보자.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크다면 그 스트레스 크기보다 스트레스로 쓰지 않았을 때의 대가가 더 크다는 걸 생각해 보면 완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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