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성격을 바꾸는데 글쓰기가 도움을?

복잡한 성격에 한 발 다가서기

by 하상인

글쓰기가 가진 장점은 많다. 과거쓴 적이 있지만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황 판단을 함에 있어 감정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글로 옮겨 적다 보면 일어난 사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보니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나는 글쓰기가 성격을 바꾸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도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지만 어린 시절엔 그 정도가 남달랐다. 지금은 양반인 수준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엔 부모님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소심하고 예민하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에 이상한 고집까지 있으니 대화도 안 통하고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하루는 어머니께서 너무 짜증 난 나머지 한 대 줘팼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때에 비해 지금은 나를 두고 여러 의미로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어떤 문제든 마찬가지지만,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보다 본인이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 나는 성격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다. 하지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능을 마친 후 우연히 한 책을 읽게 됐는데 그때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웨인 다이어의 "자유롭게"라는 책이었고, 책을 거의 읽지 않던 나에게 남은 인생을 생각해보게 한 순간이었다. 제목은 '자유'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 자유를 위해 내가 인생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 줬다.


이를 위해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나와 관련된 사실에 대해 적어보기 시작했다.

'재수를 해야 할까?'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내 성격의 문제는 뭘까?'


다양한 질문을 했고 그 답을 적었다. 이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쓰기를 통해 내가 성격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으려 많은 애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안 그래도 예민한 사람이 문제를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현실에 집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애쓴 결과도 좋지 못했다. 인정했다면 답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인데,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만 하니 문제는 지속됐다.


그렇게 쓰기를 통해 하나씩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걸 하기 시작했더니 인생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내게 붙어 있던 꼬리표들 중에선 나와 크게 관련 없는 것도 있음을 알게 됐다. 사람 성격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바뀐다고도 한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것 자체가 '성격'을 설명하기 복잡하기 때문은 아닐까.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땐 성격은 바뀐다.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건 성격을 살펴볼 계기가 부족하고, 성격이란 말에 상황, 타인의 의견, 뚜렷하게 각인된 기억 등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성격이라 부를만한 걸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글로 적어보는 일은 이런 혼재된 요소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성격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담긴 책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인생은 단순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복잡하다고 느낀다. 그런 우리의 인생에서 내 의견이 무엇인지, 사실이 무엇인지, 내 감정은 어떤지 살펴보는 일은 복잡한 인생을 풀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아마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일기를 쓰진 않지만 답답한 순간이 오면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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