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생겼다
나는 다소 책임감이 부족한 편이라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그렇고 결혼을 할 때는 행복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괜히 나 때문에 같이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아내는 이런 고민이 고개를 들 때마다 한 방에 정리해 주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걱정해 왔던 일이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다 최근 우리에겐 아이가 생겼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우리 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양가 부모님께서도 좋아하는 모습에 기쁘고 감사했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순간에도 내 마음 한 곳에 다시 고민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좋아하면서도 얼굴 한쪽에 그늘이 있는 걸 바로 알아본 아내는 무슨 걱정이라도 있냐고 물었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이제는 그냥 고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괜찮은 부모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이런 다짐과 함께 나는 며칠 동안 앞으로 어떻게 가계를 꾸려갈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을 하면 할수록 신혼의 이상에서 점차 차가운 현실로 발을 붙이는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육아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보았을 뿐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걱정부터 앞섰다. 동시에 새삼 먼저 결혼해 아이들을 둘씩 키우는 주변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다.
결혼 후 가까운 친척이 내게 아이를 키워보면 인생이 또 다르게 보인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벌써부터 점차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살고 있는 환경부터 시작해 내가 쓰는 말, 행동, 나의 사소한 습관까지 모두 아이에게 영향이 갈 거라 생각하니 사는 게 달라 보였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하루하루 아이와 만날 날이 가까워지는 만큼 나도 괜찮은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하나씩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