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책을 낸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책을 쓰는 건 일정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그렇게 압박감을 이겨낸 글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브런치와 같이 일정 분량을 조금씩 써나가고 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이런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렇게 쓴 글이 책이 된다는 걸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 또한 처음엔 그랬다. 누구나 시작할 땐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내가 처음 책을 쓸 때는 대학생이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대학 생활 중에 해외에서 인턴을 한다거나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등 해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여기에 SNS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그 정보를 얻기도 제한적이었다. 나 역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시중에 있는 책과 현지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얻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면 유튜브를 통해 현지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호주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기였기에 나와 몇 선후배들은 재학 중이던 대학교에서 해외 인턴, 워킹홀리데이 경험자들을 모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내 이야기를 들었던 후배 한 명이, 그때 당시 에피소드를 연재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나는 차라리 책을 쓰는 게 낫겠다며 장난치듯 대답한 것이 책을 써보겠단 시작이었다.
어떻게 책을 써야 하는지 몰랐기에 도서관에서 책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몇 권 보았고 그걸 토대로 기획서를 만들었다. 그 기획서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들어갈 내용을 수정하였고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기숙사에 살고 있던 나는 잠시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여름 방학 동안이지만 내가 내려가 있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고, 무엇보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다소 황당해하셨다. 그때만 해도 가족 중 그 누구도 내가 지금처럼 계속 쓸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내가 무엇을 하든 믿어주셨던 아버지께서도 책은 아무나 쓰냐며 웃으셨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첫 시작 당시엔 나도 그랬고 가족들조차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방학 동안 나는 원고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 계약서를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받았을 때 신기해하셨던 부모님의 표정이 생생하다. 나는 그때 특별한 다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냥 계획한 만큼 매일 쓰면 책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분량이 나올 것 같았고 그럼 계약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마음이었다.
아마 지금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며 책을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엔 이게 될까, 너무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작할 땐 누구나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밌게 써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