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과거의 나에게 미안한 날

호주 워킹홀리데이

by 하상인

나의 취미는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이나 내가 낸 책을 검색해 보는 일이다. 몇 개 없는 책 후기를 보기 위함이다. 물론 매일 올라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을 내 고난 직후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를 제외하면 리뷰가 없기 때문에 새로 읽을 만한 글을 만나는 날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내가 쓴 첫 책 "백만 원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오기"의 후기를 보게 됐다.


첫 책은 내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후기를 보다가 조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책이 별로였다 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글은 저자인 나의 적극적인 태도로 배운 점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초창기, 나는 가급적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호주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돈이 거의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일하면서 있었던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케밥과 카레를 판매했음)에서 주력 메뉴가 아닌 카레를 판매를 담당했는데 그때까지 잘 팔리지 않았던 카레를 내가 담당하면서 전부 팔아버린 일이 있었다.


나에게 일을 알려주던 사람도 카레는 잘 팔리지 않으니 쌀을 조금만 준비해도 된다고 했는데, 나는 그 예상을 깨고 모두 판매한 것이었다. 그걸 다 판다고 해서 내가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했다.


나는 그 리뷰를 보면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당시의 기억도 떠올라 잠시 즐거웠지만, 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그런 적극성도 전혀 찾을 수 없었고 내가 받은 인생이란 선물을 제대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최근의 나는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힘들 것 같다 혹은 불안하다라며 심하게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 결과 직접 뛰어들어 체험하며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미루어 '그럴 것이다'라며 지나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족하다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르는 선택지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마음의 서랍 안에 넣어버렸다. 그저 사회에 찌들었다고 말하기엔 나는 너무 변했다.


그랬기 때문인지 그 글을 보고 난 후 애써 외면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기분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잠시 화장실로 가 내 얼굴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이미 다 산 사람처럼 서 있는 내가 보여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거의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때 기분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당장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의 내가 보였다. 과거 그렇게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내가, 지금의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을 텐데 참 미안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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