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갓생'이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됐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신이라는 뜻의 '갓(God)'과 '인생의 '생'을 합친 단어로, 결과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니라 과정적으로 부지런히 사는 삶을 의미했다.(KDI 경제정보센터 참조) '갓생'이란 단어가 있는 걸 보면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 같다.
나는 이 단어를 보면서 한 때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가 생각났다.
어떤 사람들은 '생산적인 게 왜 나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어떤 일이 생산성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딱히 존재하지 않고, 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비교적 쉽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보편적으로 생산성을 따질 때 시간과 결과라는 두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두 요소를 가지고 살폈을 때 오래 걸렸으나 결과가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결과를 내더라도 오래 걸렸거나, 빠르게 끝났더라도 결과를 내지 못한 일이라면 생산적이지 못한 일들이 되어 결국엔 우리 인생의 선택지를 좁히고 안전해 보이는 길만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매 순간 불안해하며 지냈다.
글쓰기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시간을 들여도 결과가 없는 경우가 많고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연결되거나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이 생기지 않으면 결국 결과가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즉, 글쓰기는 시간으로 보나 결과로 보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이었으면서도, 생산성의 잣대를 들이밀며 자신을 괴롭혔다. 그래서 한 동안은 지난 시간에 대훈 후회로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한참을 후회로 괴로워하다 보니, 글쓰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오히려 내가 생산성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해 줬다. 그리고 그때 하던 후회도 사실 당시의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했던 행동이었음을 알게 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때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만큼 자신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상태로 글쓰기를 한다면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난 뒤엔 더 큰 고통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