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게 제일 스트레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정시 위주의 대학입시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수능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가 아닌 다른 일에 몰두했던 것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공부하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그 당시 차라리 놀았다면, 충분히 놀았으니까 그만 놀고 공부든 무엇이든 다른 걸 시작할 텐데 이건 논 것도 아니고 공부한 것도 아니라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도 애매했다.
이때 내게 큰 울림을 준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이 문장이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스트레스는 받으면서 공부도 안 하는 상태로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출처를 밝히고 싶은데 정확히 어떤 책에서 본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공부법과 관련된 책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닐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마디로 뭐든 확실히 하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다. 사회에 나와보니 이는 공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글을 쓸 때도 확실히 글에 몰입해 끝까지 써내야 그 글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썼다는 느낌이 들지,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다른 걸 했다가 다시 글을 썼다가 이런 식을 반복하면 내가 그 시간 동안 정확히 뭘 했는지 명확히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글의 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거나, 혹은 책 출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긴 시간을 갖고 계속 써야 할 텐데 그 시간을 쓰는 것도 아니고 안 쓰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보낸다면 글은 만족할 수준도 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잘못 보낸 시간의 증거물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만족도나 글쓰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글을 쓸 때 확실히 글에만 집중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