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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Feb 14. 2024

36. 극적인 변화는 없다

극적인 순간은 늘 짜릿하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 중 호주와의 8강 경기, 우리나라 대표팀은 1대 0으로 끌려가던 중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 선수가 만들어낸 PK기회로 연장전까지 갔고 거기서 우린 프리킥 골로 4강에 진출했다. 이런 극적인 순간은 늘 짜릿하고 강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의 인생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줄 것 같은 그런 극적인 순간을 기대하곤 한다. 


2013년부터 지난 2023년 7월까지 총 9권의 책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나도 글을 쓰며 언젠간 내 작품이 인기를 얻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때가 오면 과거 글들도 재평가받게 것이다란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글을 쓴다면 기대한 극적인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논리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단순함에서 오는 단조로움 때문이다. 바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귀찮은 일들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획을 다시 발전시켜야 할 수도 있으며 때론 다 쓴 글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을 뒤로하고 추가적인 노력,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도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그걸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당신은 사업가입니까>의 추천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Un-Marketing"의 사장인 스콧 스트라텐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성공을 위한 10가지 단계' 따위의 사탕발림 같은 책"은 성공 근처에 가게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짧은 시간 요령으로 빠른 성공을 이뤄내게 하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건 그 변화를 기대만 하게 할 뿐 결국 현실로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글쓰기든 인생이든 잘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한 마음에 극적인 변화를 꿈꾸기도 하겠지만, 결국 극복하기 위해선 단조롭고 귀찮은 일들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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