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순간은 늘 짜릿하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 중 호주와의 8강 경기, 우리나라 대표팀은 1대 0으로 끌려가던 중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 선수가 만들어낸 PK기회로 연장전까지 갔고 거기서 우린 프리킥 골로 4강에 진출했다. 이런 극적인 순간은 늘 짜릿하고 강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의 인생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줄 것 같은 그런 극적인 순간을 기대하곤 한다.
2013년부터 지난 2023년 7월까지 총 9권의 책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나도 글을 쓰며 언젠간 내 작품이 인기를 얻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때가 오면 과거 글들도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란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글을 쓴다면 기대한 극적인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논리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단순함에서 오는 단조로움 때문이다. 바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귀찮은 일들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획을 다시 발전시켜야 할 수도 있으며 때론 다 쓴 글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을 뒤로하고 추가적인 노력,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도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그걸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당신은 사업가입니까>의 추천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Un-Marketing"의 사장인 스콧 스트라텐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성공을 위한 10가지 단계' 따위의 사탕발림 같은 책"은 성공 근처에 가게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짧은 시간 요령으로 빠른 성공을 이뤄내게 하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건 그 변화를 기대만 하게 할 뿐 결국 현실로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글쓰기든 인생이든 잘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한 마음에 극적인 변화를 꿈꾸기도 하겠지만, 결국 극복하기 위해선 단조롭고 귀찮은 일들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