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

미흡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by 하상인


새로운 일을 처음 시작하면 어색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처음에 느꼈던 불편함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일을 일정 시간 계속 더 하다 보면 분명히 계속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한 문제라던가 처음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해온 일이 많지 않아 여러 사례를 들긴 어렵지만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글쓰기가 그랬다.


내 경험상 글쓰기에서 처음보다 확실히 어려워진 건 '확신'을 갖는 일이다. 나는 첫 책인 "백만 원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오기"를 대학교 여름 방학기간 동안 완성했고 계약도 끝냈다. 그땐 확신을 갖고 쓰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확신'이란 건 집필 과정에서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경험한 것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어느 정도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필 내용이 틀렸거나 내가 쓴 내용에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랬기에 나는 빠르게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회 경험이 생기면 생길수록 내가 그렇게 단정하고 확신했던 것들은 나의 작은 뇌와 제한적인 경험에 기반했을 뿐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전부는 결코 아니었음을 점차 느끼게 됐다. 이런 느낌은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줬지만, 글쓰기에서는 가끔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그럴 자격이 있나?'와 같은 의문을 갖게 했다. 특히 글은 말과 달리 기록으로 남다 보니 안전한 방향으로 글을 쓰게 됐다.


쉽게 말해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단정적인 문장보다는 다른 방법이나 해석도 존재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그런데 말도 이렇게 하면 둘러 말한다고 싫어하듯 글도 이렇게 쓰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써왔든 관계없이 확신 없는 글을 누가 좋아할까.


나는 스스로 생각할 때 안타깝게도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서두에서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일에 흠을 잡으려고 하면 결국 흠이 나온다. 확신이라는 것도 그렇다. 누군가는 내가 쓴 이야기를 토대로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군가는 편협한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며 읽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결과까지 예상하며 무언가를 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어떤 글을 쓰든 그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적어도 쓰는 나는 이게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책을 낸 경험도 없던 내가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도 내 경험의 가치를 스스로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그 글에 어떤 가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면, 적어도 쓰는 나는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써야 한다.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흡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미래를 100% 알 수 없고 제한적인 경험과 부족한 능력으로 시도를 하기에 마주할 수 있는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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