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게 생각하면 하찮은 인생 된다
평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나지만, 최근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는 건, 자신을 타인에게 소개할 일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나 일하며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나를 소개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상당히 '하찮게' 보고 있었다.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앞서 간단히 스스로를 소개했던 걸 넘어 자세히 어떤 일을 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는 일이 생겼다. 어떤 분은 이름만 말하면 알 수 있는 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셨고, 어떤 분은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전문성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계셨다.
그렇게 차례를 돌아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격시험도 준비했고 또 나름대로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가며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게 내 착각이었다. 나는 '그냥 사무실을 작게 하고 있다.' 정도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말하는 내 태도도 지금 생각해 보면 문제가 있었다. 술잔이나 바라보며 말한 내가 위축된 것 같아 보였는지, 옆에 있던 한 분은 전공과 상관없이 시험을 거쳐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줬으니 말이다.
자기소개를 할 일이 없다 보니 내가 나의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말하다 보니, 나는 내가 한 일을 굉장히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결론적으로 그 일에 시간을 쏟은 내 인생도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웃긴 점은 평소 어떤 분야의 일이든 '하찮은 일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단 것이었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거친 후 내 일과 관련된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왜 지금의 일을 선택했고 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냉소적인 태도로 누군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을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태도는 상당히 오만하기도 하다. 이미 그 일의 가치를 내가 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작은 뇌와 얼마 안 되는 경험으로 세상일을 모두 재단하고 있으니 그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