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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Mar 19. 2024

예민합니까? 그럼 쓰는 게 좋습니다

예민하면서 걱정 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

불안이나 걱정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24시간 내내 불안이나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다. 불안이나 걱정을 심하게 느낀다고 해도 어느 순간엔 이 녀석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에 대해 알 기회가 늘어가고 사람과 사회 경험을 통해 직접, 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많아지다 보니 불안과 걱정을 통제하는 법이나 자신이 어떤 분야의 일이나 어떤 성격의 일에서 유난히 불안이나 걱정을 느끼는지도 알게 된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연륜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어떤 일에 더 여유 있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조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민한 사람도 사람 나름이겠지만, 예민함으로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혹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에도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경험상 이런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흘러가듯 살아가면 여유는 생각도 못하고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고민에 휩싸여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부정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예민한 사람이라면 말로 떠들지 말고 자신을 위해 글을 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친구나 가족들과 이를 대화로 공유하면서 풀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본인이 걱정과 불안이 많은 다소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건 그리 추천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대화를 하면 잠시 위안을 얻을 순 있겠지만, 결국 본인이 하고 있던 고민을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결국 걱정과 불안으로 빨리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걱정과 불안의 불씨를 더욱 살려주는 일이 되는 것이다. 


걱정과 불안이 심한 사람에게 있어 말의 가장 큰 문제는, '인상적인 부분'(표현이 격하거나 감정이 실린 부분)에 대한 감상이 오래간다는 점이다. 문제가 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대화를 하면서 전부는 기억 못 해도 결국 오래 잔상이 남을 만한 부분들을(결국 자신이 말하기 전까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 대화가 끝난 후에도 기억하기 때문에 일상엔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대화가 객관적이라거나 100% 실현되는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반복될수록 진짜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불안과 걱정으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만히 있자니 답답한데 어떻게 합니까?"


맞다. 


나도 머릿속으로 불안이나 걱정을 담고 있으면 그게 유튜브의 중간 광고처럼 일상에 예고 없이 찾아와 시간을 빼앗는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도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그걸 글로 써보는 거다. 


가급적이면 종이에 써 본다. 그러고 나서도 그 걱정거리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매우 크다면, 그땐 관련 전문가에게 찾아가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쓴 걸 버린다. 어차피 좋은 글도 아니고 두고 기억할 일은 더욱 아니다. 편안하게 내가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것이니 가볍게 버리면 되겠다. 


예민한 사람에게 불안이나 걱정은 '가려움' 같은 증상이다. 서울대학교 피부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진호 교수의 책 <가려워서 미치겠어요>를 보면, 가려움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긁는 행위가 가려움을 점점 더 악화한다고 설명한다. 


예민한 사람에겐 불안이나 걱정을 떠들거나 본인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처럼 계속 반복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불안과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그걸 '긁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그 읽을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니 너무 걱정된다면 한 번 써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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