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족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비교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고 그들의 의견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부에서의 인정이 없는 혼자만의 만족과 인정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행정사로 일하기도 하면서 브런치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쓰고 있는데, 만일 내가 행정사로 일하면서 스스로 '이 정도면 만족한다, 충분하다'라며 마음대로 일을 한다면 누구도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조금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더라도 의뢰한 사람이 만족할 수준의 결과를 얻었다면, 다음 기회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조금 더 인정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누군가의 의뢰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고 약간의 취미 같은 성격이 있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걱정한다거나 할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내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외부의 인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스로 글쓰기를 계속 유지시킬 만한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의 인정까지 없다면 그만두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이 계속 뭔가를 한다는 건 상당히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에세이 분야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것은 상당히 감사한 일이다. 브런치에서 스토리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어제 이메일을 통해 이를 통지받았을 때 그간 쓴 글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글을 쓰고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도 좋지만 브런치에서는 이번 나의 경우처럼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제도도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외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것 같아 평소보다 가볍게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는 혼자 성실히 써 내려가는 작업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사실이 외부로부터 온 인정이지만 충분히 내적으로 강한 동기를 갖고 스스로 만족하며 쓰는 것처럼 글쓰기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