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그저 지금의 상태에서 위안을 얻기 위해 자기 계발 영상을 본다는 느낌을 받은 후 자기 계발 영상은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러나 습관이 무섭다고 연휴 동안 유튜브를 보다 결국 비슷한 영상을 또 보게 됐다. 자기 계발은 아니었고 좋은 대학을 나왔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사람의 생각이 담긴 영상이었다. 뉴스를 통해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의 현실이 자주 언급된 바 있기에 이 영상이 그리 매력적인 건 아니었는데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댓글은 영상 속 주인공과 비슷하게 좋은 대학을 나왔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아직 방황하고 있는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쓴 것이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스스로 주관이 뚜렷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누구보다 본인은 귀가 얇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길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다 시간이 흘러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도 고려하기 힘든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쓴 것 같았다. 작성자는 주관이 뚜렷하기에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 혹은 욕망하고 있는 것을 자신의 길에 투영했던 것뿐이지 진짜 그 길을 걷고자 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내 경험상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지금 하려는 선택이 자신의 주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삶이 부러운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고 본다. 나도 그랬다. 책을 5권쯤 썼을 때였나, '대체 돈도 안 되는 짓을 몇 년 동안 왜 했나'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책이 가진 매력과 내 작품이 된다는 점에 매료되어 시간이든 비용이든 관계없다고 생각했음에도 후회를 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과거에 어떤 이유로 이런 판단을 했지라며 자책할 때가 많기에 후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점 하나는 과거처럼 자책과 후회에 매몰되어 있지만은 않다. 인생에서 완벽한 판단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삶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틀릴 수 있고 과거와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댓글 작성자도 자신의 선택에서 주관보다는 타인의 욕망이 많이 개입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른 행동을 했을 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만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말도 전혀 듣지 않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만족스럽지도 않고 미래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소신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