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달성하는 SNS를 통한 인정욕구
지난해에 나는 단편 소설을 써보자는 계획을 세웠으나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계획도 했고 시작도 했지만 결국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이유를 분석해 보니 시간 배분 문제가 컸다. 글을 처음 쓰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번처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한 해를 넘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긴 했는데, 단편 소설이 아닌 블로그나 브런치에 썼다. 이해가 안 됐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쓰는 글은 계획적으로 업로드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정욕구에 있었다. 단편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브런치나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글에 비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초고가 완성되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퇴고도 해야 하니 손이 많이 간다. 스스로 만족하고 외부로부터 작품이 있다는 인정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블로그나 브런치는 짧은 시간, 적은 노력으로도 스스로 뭔가를 썼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공감 등을 통해 손쉽게 인정욕구를 달성할 수 있었다. 재밌는 단편 소설을 만들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작품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큰데 그걸 작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충족해 버리니 제대로 글을 쓰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든 내부에서든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면 SNS로 채워지는 손쉬운 만족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타인이든 스스로든 인정할 정도의 무언가를 이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도 극복할 단단한 마음도 필요하다.
지난해에 나는 시간도 노력도 들이고 싶지 않고 불안함도 겪지 않아도 되는 손쉬운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목표했던 단편 소설은 완성도 못했다. 내가 이런 상황을 원했을까. 결코 아니다. SNS는 홍보도 할 수 있고 기회를 잡을 교류도 가능한 좋은 도구이지만, 손쉽게 얻는 애매한 인정을 통해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