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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감은 다르다

by 하상인

살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기도 하다. 누가 나를 감시하면서 방해하는 것처럼 이상한 일들만 계속되다가도 하루의 마지막에 와서는 보상이라도 하듯 '그래도 괜찮은 하루였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 생기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날의 마무리가 괜찮았다로 끝나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할 것들을 해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 봐. 그만할래.'


이런 식의 말로 하루를 포기해 버리면 괜찮은 일은 오지 않는다. 아니 오지 못한다. 그렇기에 뭔가 잘못되더라도 끝까지 버텨야만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부정적인 것들은 언제나 나도 모르게 그리고 편안한 길로 포장되어 있다.


부끄럽게도 나는 가끔씩 '그만할까'란 생각을 한다. 오래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디기 힘든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나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인터넷 신문기사의 댓글 등을 보더라도 누구나 힘든 건 하기 싫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그만할까'란 말이 예전보단 줄어들고 있다. 대책도 없이 그만하게 될 순간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눈앞에 많기 때문이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삶의 무게다. 학창시절 해야 할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비해 쉽다. 학생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와 직장인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만할까'보다는 '조금만 더 하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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