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비겁함
나는 학창 시절부터 포기가 빠른 편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포기가 빠르다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곤 했다.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쓴다거나 아니면 작품을 계속 써온다는 건 과거의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나는 포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거? XX 때문에 안 될 것 같아.'
'오늘은 되는 일이 없네, 그만해야겠다.'
'될 일이었으면 될 기미라도 보였겠지.'
수도 없이 많은 이유와 설명을 붙이며 나는 포기한다. 그렇게 계속 포기를 하다 보니 과거와 달리 여러 선택지 중 포기에 좀 더 가까이 붙어버린 기분이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하고 싶었던 것도 점차 멀어지는데 포기만 가까워진 것이다. 자주 봐서 그런가 포기가 어색하지 않고 원래 포기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할 거면 진즉 했어야지, 지금은 늦었으니 포기하자.'라는 내면의 소리도 들린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글을 쓰다가 단 1페이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유튜브를 켜는 모습에, 나는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른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 잠깐 딴 길로 새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끝까지 못할 것 같으니 다른 일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켜고 있었기에 생각해 보게 됐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 이미 늦은 것 같다, 해봐야 안 될 것 같다, 끝까지 못할 것 같다, 등
그런데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미 결정 난 게 아니다. '~한 것 같다'라고 내가 추측해서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런 이유를 붙이는 데는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었다.
A라는 음식을 만들고 싶은데 재료 중 하나인 B가 없다고 해서 대체재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는 심리와 비슷한 것이다. 할 수 있는데 완벽하지 않으니 그냥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다. 내가 완벽하게 해낼 수 없으니 결과도 좋지 못할 것이라고 먼저 결론 내는 이유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은 약간은 치사한 마음이었다. '그게 부족해서 안 했던 거지, 있었으면 했다'라는 식의 핑계를 대는 것이다.
이러한 비겁한 태도와 관련해 경각심을 갖게 된 건, 이번에 제임스 앨런의 책 <위대한 생각의 힘>을 보았는데,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을 비밀스럽게 간직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생각은 습관으로 구체화되며 버릇은 상황으로 고착된다. (중략) 두려움, 의심 그리고 우유부단한 생각은 유약하고 비겁하고 결단력 없는 습관으로 나타나고 실패와 빈곤과 노예처럼 예속된 상황에 빠지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핑계나 대고 비겁하고 결단하지 않는 태도로 내 인생을 좋지 못한 상태로 밀어 넣어버린 것이다. 사람마다 포기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완벽하지 않으니 시작하지 않겠다거나 결과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도망 다니기 위한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