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괜찮은 순간이 올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면
'잘하는 척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처럼 어떤 척을 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표현이 있다. 못해도 잘한다고 생각하고 하다 보면 더 많이 시도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잘하는 순간이 온다는 의미다. 이런 '척'은 발전을 위해 꽤나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 배우 고준님의 세바시 강연(인생에서 '오버액팅'하지 않는 법)을 보고 '척' 중에서도 자신의 문제점과 현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괜찮은 척'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에서 오버액팅이란, 감정의 크기에 비해 행동이 너무 큰 것을 뜻한다.
강연에서 그는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하였지만 20대 내내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만 했다고 말한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영화과는 특성상 영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학업을 등한 시 했기에 영어가 부담스러워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았고 그대로 20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젠가는 될 거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버텼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30대가 되어 7년 동안 칩거하며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단점을 수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30대의 10년은 20대의 10년처럼 고통스럽긴 했지만 하루하루 자신의 단점이 보완되는, 성장하는 기분으로 지냈다고 했다.
괜찮은 척만을 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단점을 극복하지 않기 위해 '언젠간 될 거야'라는 생각만 했다면 지금의 배우 고준은 없었을 것이다. 15분의 짧은 강연이었으나, 괜찮은 척하며 문제를 외면하려 했던 내 모습이 계속 생각나 보기 힘들었다.
특히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텼지만 잘 안 됐다는 그의 20대 이야기가 상당히 괴로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할 때 비로소 성장하는 것인데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을 때면 다른 생각을 하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루의 끝자락에선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나 했다.
괜찮은 척해온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지 그리고 오늘 또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보낼 것 같은 분들이라면, 진짜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